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10일] '무늬만 中企' 어디로 갔나

최근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이른바 '무늬만 중소기업'에 따른 피해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소업계는 정부 지원금이나 세제 혜택을 노린 대기업 계열사들이 서류를 허위로 만들거나 지분관계를 교묘히 숨겨 중소기업 행세를 한다며 진작부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해왔다. 정부도 이 같은 업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로 돌아섰고 급기야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초 각 조합들에 공문을 띄워 위장중기 사례를 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중소기업의 혜택을 가로채는 대기업들을 업계에서 직접 가려내 그 내용을 정부에 보고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번 조사는 업계의 건의에 따라 이뤄진 것인 만큼 산업현장 곳곳에서 피해를 호소해온 중소기업들의 적잖은 호응이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신고접수가 시작되자 당초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1차 접수 시한이 20여일이나 지났지만 접수 창구는 시종일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기만 하다. 지금까지 접수된 위장중기 사례는 단 두건. 그나마 한 건은 이미 언론에 오래 전에 공개되고 내년이면 대기업으로 자동 편입될 업체다. 전국의 중소업계를 통한 한달간의 공개수배에서 접수된 사례는 사실상 단 한건에 불과한 셈이다. 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적잖은 위장중기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겉으로는 완벽한 중소기업의 모습을 갖추고 있어 업계 사정에 훤한 동종업계 업체들의 협조 없이는 파악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위장중기를 가려내야 한다는 건의는 많은데 막상 실태조사를 하면 결과는 당혹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앙회는 올 초에도 위장중기 실태 조사에 착수했지만 단 한건의 신고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가 아무리 발 벗고 나서도, 대기업이 아무리 상생의 구호를 외쳐도, 중소기업의 권익을 지키는 것은 결국 중소기업 스스로의 몫이다. 조사방법의 한계나 먹고 살기에도 바쁜 중소업체들의 현실도 이해할 수 있지만 업계의 피해를 근절하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의 모습이 아쉽다.

관련기사



신경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