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5월 7일] 워런 버핏을 닮고 싶다

전세계 버크셔해서웨이 주주들은 왜 워런 버핏에 열광할까. 이들은 버핏을 주주총회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려고 이른 새벽 줄을 섰다. 해마다 빠짐 없이 오마하를 찾는 주주들도 부지기수였다. 주식을 산 이후 5년 연속 오마하에 왔다는 로버트 존슨씨는 행사 내용이 비슷한 데 매년 찾아올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버핏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해마다 버핏의 말은 새롭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런 충성스런 주주를 빗대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을 오마하의 성지순례라고 부르기도 한다. 올해 오마하 주총 행사를 찾은 사람은 3만1,000여명으로 전체 주주 1만8,000여명보다 더 많았다. 지난 2005년 2만명을 넘어선 지 3년 만에 1만명이 더 늘었다. 참석자 가운데 실제 주주 비율이 절반을 조금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주 한명이 적어도 2명 이상을 데리고 오는 셈이다 수많은 주주들이 해마다 성지순례를 하듯 오마하를 찾는 것은 40여년간 주가를 만배로 끌어올린 탁월한 경영수완과 투자 비법을 듣기 위해서만은 아닌 것 같다. 신묘하다는 그의 투자 비법은 싼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에 불과하다. 버크셔해서웨이의 경이적인 실적에는 못 미치더라도 이에 필적하는 회사는 적지않다. 지구촌의 주식 투자자들은 세계 금융시장 흐름을 꿰뚫는 버핏의 혜안에 감탄하지만 오마하를 찾은 주주들은 의외로 주식 투자에 무관심했다. 비싼 주식을 살 만큼 여유 있는 계층인지라 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는 버핏 회사의 주주라는 데 더 만족했다. 아들과 함께 캐나다 오타와에서 왔다는 제이슨(68)씨의 지적은 버핏 신드롬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는 버핏을 닮고 싶다고 했다. 세계 1위의 부호답지 않는 소박한 삶과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실천, 이웃 할아버지와 같은 친근함 등이 그가 닮고 싶어하는 것들이다. 그는 “내가 살던 주택은 기부를 할 것”이라면서도 “주식만은 아들에게 물려주겠다”고 했다. 기자가 만난 나이 지긋한 주주들은 주식을 팔지 않고 후손에게 물려주겠다고 했다. 그들이 말하는 주식의 상속은 부의 상속 이라기보다는 가보(家寶)의 보존이자 버핏처럼 살겠다는 다짐에 가까웠다. 아버지와 아들, 가족 3대가 함께 오고 주주보다는 주주의 친지가 더 많이 찾는 이유이기도 했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은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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