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확보·부채비율 완화로 급한 불 꺼<br>실적개선 안되면 추가 재무부담 생길수도<br>매각 계열사 경영권은 두산이 그대로 유지
| 이상하 두산 전무가 3일동대문 두산타워에서 두산DST 등3개계열사와 KAI 지분 일부를 7,800억원에 매각하는 등의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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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은 이번에 조달한 7,800억원과 지난해와 올해 초 매각한 테크팩(4,000억원), 주류 부문(5,027억원) 대금까지 합해 총 1조7,000억여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두산은 이중 대부분을 지난 2007년 밥캣을 인수할 때 은행권에서 차입한 자금의 상환 및 대출계약 유지를 위한 비용에 사용하고 일부분은 계열사들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문제는 두산이 그동안 조달한 자금으로 밥캣 인수로 촉발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다.
◇‘밥캣 리스크’ 해소되나=두산은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구조조정과 이번 계열사 및 KAI 지분 매각으로 ‘밥캣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상하 두산 최고재무책임자 전무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포함해 총 10억달러가 밥캣의 모회사인 DII에 증자돼 차입금 조기상환에 사용될 것”이라며 “에비타 조항이 완화됐고 밥캣의 실적도 회복되고 있어 이른바 ‘밥캣 이슈’는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두산은 이번 매각으로 조달한 7,800억원의 자금 중 6,300억원을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이자 밥캣의 모회사인 DII의 차입금 조기상환에 사용할 방침이며 두산인프라코어는 연내 자사주 매각을 통해 약 2,000억원가량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밥캣 인수 당시 국내외 12개 은행으로부터 29억달러의 차입금을 조달하면서 체결했던 에비타 부채비율(차입금 29억달러를 밥캣의 에비타로 나눈 수치) 조항도 이번 매각효과로 기존 5~6배에서 오는 2012년까지 7배 유지로 완화됐다. 결국 두산은 이번 매각으로 차입금 중 일부를 상환할 수 있게 됐고 에비타 부채비율 조항도 완화되는 부수입까지 얻었기 때문에 자금유동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밥캣의 영업실적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추가 재무부담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입금을 상환하고 에비타 조항도 완화됐기 때문에 재무부담이 한결 가벼워질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밥캣의 영업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 재무부담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에는 추가 증자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매각된 계열사 운영 및 KAI 지분 어떻게 되나=㈜두산과 미래에셋PEFㆍIMM프라이빗에쿼티는 각각 SPC를 설립해 전체 지분을 51대49로 인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두산DST, SRS코리아, 삼화왕관 사업 부문에 대한 경영권은 두산이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유정헌 미래에셋PEF 대표는 “두산은 해당 분야에서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여왔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며 “대신 재무적 투자자들은 이사회에 참여해 회사경영 전반에 대한 정보나 방향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또한 향후 5년 내에 투자회사 매각을 완료하기로 했으며 3년 경과시점에서는 한쪽이 지분매각을 원할 경우 다른 쪽은 무조건 동참해야 하는 ‘드래그 얼롱(Drag Along)’ 조항을 삽입했다. 대신 일방적인 계약파기로 인한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매각시 상호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한 3년 이내라도 높은 가격에 기업인수를 제안하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 상호 협의해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전무는 “두산DST와 삼화왕관 사업 부문은 이미 충분한 수주물량을 확보했으며 SRS코리아 역시 실적이 좋기 때문에 회사 실적이 개선되면 좋은 가격에 재매각이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KAI 지분은 공동매각에 대한 논의도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계열사 실적호전이 과제=두산의 이번 매각은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완전한 매각이 아니다. 모든 지분을 매각한 것이 아닌데다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권도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열사들의 기업가치를 높여 완전한 매각이 성사돼야 완전한 구조조정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시장전문가들은 두산의 유동성 위기의 원인이 됐던 밥캣의 실적이 빠르게 회복돼야 전체적인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면서 “계열사들의 실적이 호전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한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