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을 순방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증산 요구를 사실상 거절하면서 국제유가가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6월 선물가격은 배럴당 2.17달러(1.7%) 오른 126.29달러로 마감했다. 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127.82달러까지 치솟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자에서 “부시 대통령의 석유 증산 요구가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퇴짜를 맞았다”며 “미국의 에너지 정책이 고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부시 대통령이 자국을 방문 중이던 16일 “30만배럴을 증산하기로 이미 결정했으며 오는 6월부터 하루 945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게 된다”고 밝혀 부시 대통령의 증산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17일 “미국의 에너지 가격 상승을 잠재우는 데 하루 30만배럴의 증산은 충분하지 않다”면서 “유가 상승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적극적인 유전탐사와 정제능력 확충, 원자력 등 대체에너지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산을 통해 석유가격 상승을 막아보려는 부시 대통령의 계획이 무산되면서 당분간 국제유가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은행은 국제유가가 내년에 평균 148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