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대표되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과학기술 핵심 분야에서 여성 비율을 늘리는 일이다. 여성인력 증가는 부족한 과학기술 인력을 확보한다는 측면뿐 아니라 여성의 새로운 시각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함으로써 과학기술의 가치와 발전의 지속가능성을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성의 이공계 전공 분야 석박사과정 재학 및 졸업자 규모는 지난 2006년 이후 매년 증가 추세를 보여 2013년의 경우도 전년 대비 5.4%가 늘어나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들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창의적 역량을 제대로 지속적으로 발휘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여성 과학기술 인력이 처한 다음의 두 가지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정규직 비율 성별격차 공공기관서 뚜렷
첫째, 과학기술 인력 여성의 비정규직화 문제다. 최근 과학기술 분야에서 나타나는 비정규직 여성화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조사된 여성 과학기술인 실태조사 결과 전체 재직여성 중 정규직 비율은 48.7%로 75.9%인 남성 정규직 비율에 비해 뚜렷한 성별격차를 보인다. 더욱이 비정규직 양산의 중심이 민간이 아닌 대학과 공공기관에서 이뤄진다는 것은 더욱 씁쓸하다. 이공계대의 경우 남성은 정규직 비율이 40.3%인 데 비해 여성의 정규직 비율은 17.0%로 격차가 가장 심했다. 공공연구기관은 남성 정규직 비율이 78.0%, 여성 43.2%였으며 민간연구기관의 경우 여성 정규직 비율이 98%로 가장 높았다. 시장경쟁력 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율적인 민간에 비해 정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공공기관과 대학이 남성 인력을 중심으로 정규직화하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은 두 번째 해결과제인 여성 과학기술 인력의 일·가정 양립 문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첫 아이 출산연령은 30.7세이며 둘째 아이 평균 출산연령은 32.6세로 나타나 현재는 30대 여성이 출산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사학위 취득자의 박사과정 입학연령은 자연 및 공학계열이 각각 31.2세, 33.3세로 다른 분야보다 낮은 편이다. 또한 남성에 비해 여성의 박사과정 입학연령이 약간 낮다는 점을 동시에 고려해본다면 박사급 여성 과학기술 인력은 출산시기와 맞물린 학업과 연구를 병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여성 과학기술인을 핵심인재로 키우기 위한 별도의 지원정책이 필수적이다. 일·가정 양립은 여성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며 남녀 모두를 위한 정책방향이지만 학업과 연구를 지속하면서 출산을 병행해야 하는 과학기술 분야 여성에게는 더욱 절박한 문제다.
출산 지원 등 인재양성 걸림돌 제거를
주어진 기간 내에 연구를 완료해야 하는 과제 특성,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연구진 교체가 초래할 위험을 우려하는 조직적 배제는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출산 선택을 어렵게 한다. 만약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맴도는 여성 과학기술인의 잠재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생기는 국가적 손실과 더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의 저출산 국가라는 오명을 앞으로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성 과학기술 인력의 비정규직 문제는 직업 안정성 및 저출산시대에 대응하는 국가 생존의 문제 그리고 창조경제를 선도할 과학기술 생태계를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