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아프리카 석유 부국… 글로벌 자원전쟁 새 격전지로 부상

독립국가 선언한 '남수단' 앞날은…<br>印·말聯 등 석유이권 개입 열올려<br>중국도 막대한 자금력 바탕으로 송유관 개발등 무차별적 자원사냥<br>"북수단과 석유 갈등 해결전까진 완전한 분리 독립 어려울수도"



오랜 내전을 겪어온 아프리카의 남수단이 세계 193번째 독립국가로 첫 발을 내딛은 9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현지에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하고 남수단의 독립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앞다퉈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주요 국가들은 남수단에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설치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긴밀한 외교관계를 맺기 위한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남수단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은 여기에 매장돼 있는 막대한 양의 석유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나라에 잠시 찾아온 평화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거의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ㆍ인도ㆍ말레이시아 등이 수단 석유 이권에 개입돼 있다"며 "석유 배분 등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완전한 분리 독립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자원의 보고로 불리는 남수단을 둘러싼 글로벌 비즈니스 전쟁은 이제 막을 오른 셈이다. ◇수단, 자원전쟁의 새 격전지로= 수단의 가장 큰 고민은 석유 판매 수익을 둘러싼 남북 간 갈등이다. 분리 전 수단은 아프리카 석유 매장량 5위 국가였다. 남수단은 이 가운데 7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 수출을 위한 파이프 라인, 항구, 정유 시설은 북수단에 몰려 있다. 이처럼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석유가 수단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강대국들의 이권개입과 맞물리면서 20여년 동안 내전이 이어졌다. 미국이 석유확보를 의해 정권을 잡고 있던 북수단에 무기 등을 지원했고, 남수단도 생존을 위해 '반군'활동을 시작했다. 1983년 시작한 내전이 2005년에 이르러서야 평화협정체결로 중단됐다. 그 사이 수단의 석유를 노린 강대국들의 이권개입은 더 집요해졌다. 지난해 수단 석유 생산의 90%를 중국의 CNPC(차이나패트롤)와 인도 ONGC(오일앤내추럴가스코퍼레이션), 말레이시아의 PNBP(패트로나스)가 차지했다. 이 가운데 중국은 이미 남ㆍ북수단 석유개발시장의 최대 수혜자이자 지배자로 자리매김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단 전역에 걸쳐 여러 석유생산구역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남·북수단의 갈등에는 공식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다르푸르 학살 관련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수배를 받는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을 6월 말 중국으로 초청하는 등 안정적인 자원개발을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이미 1995년부터 국영석유회사인 CNPC를 앞세워 수단의 석유개발에 참여해 왔다. 중국이 수단의 유전개발 및 정유시설 건설 등에 투입한 자금은 60억 달러 이상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은 매일 수단에서 원유 40만 배럴을 수입하고 있다. WSJ는 "남수단 유전지대-우간다-케냐 뭄바사항(港)에 이르는 2천㎞의 송유관을 차관으로 건설해 주겠다고 중국이 이미 제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내전에 따른 경제제재를 겪던 수단의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을 선점한 중국으로서는 수단에 대한 외교적 개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이 정치적 개입까지 나서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자원전쟁의 첨병으로= 수단의 사례에서 보듯 현재 아프리카ㆍ남미 등 자원 전쟁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저금리 차관 등을 앞세워 이들 지역에서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지난 2010년 기준 2조8,473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 보유고가 가장 큰 무기다. 중국의 자원 사냥은 특정 지역과 종류를 가리지 않는 게 특징이다. 지난 5월 중국 시노켐그룹은 홍콩 자회사를 통해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인 스탯오일의 브라질 페레그리노유전 지분 40%를 30억7,000만 달러에 인수했으며, 중국최대석유기업인 시노펙은 지난해 스페인 석유업체 렙솔의 브라질 영업부문 지분 40%를 71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합의했다. 또한 원전기업인 중국핵공업집단(CNNC)은 캐나다ㆍ우즈베키스탄의 우라늄 개발회사와 장기 조달 계약을 맺었고 브라질 광산업체 지분을 인수한 기업도 등장했다. 반면 중국은 자국이 독점 보유하고 있는 자원에 대해서는 철저히 반(反)시장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전기자동차 생산 등에 쓰이는 희귀 광물인 희토류는 중국의 이른바 '자원 민족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다.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은 이 광물들에 대해 수출 쿼터를 줄이거나 높은 관세를 매겨 높은 가격을 유지해왔다. 이밖에 중국은 지난해 말 인광석으로 만드는 인산암모늄 등 화학비료의 수출관세를 기존 10% 미만에서 110%로 갑자기 올려 사실상 수출을 통제 했으며 철광석 등 철강원재료에 대한 가공무역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원 무기화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불공정 무역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에 대해 "정부가 WTO 규정에 맞춰 희토류 수출 관리를 개선할 것"이라고 전했지만 언제, 얼마나 수출 제한을 풀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태평양에서 북극까지 경계 무너져= 최근에는 국가 간 경계마저 허물어지며 북극ㆍ태평양 등 '주인 없는 땅'의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얼마전 도쿄대 연구팀은 태평양 해저에서 희토류 900억톤 가량을 찾았다. 태평양 해저 1,100만㎢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모터에 사용되는 디스프로슘(Dy), LCD에 사용되는 테르븀(Tb), 발광다이오드에 사용되는 유로퓸(Eu) 등이 묻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영해나 배타적경제수역(EEZ)와 달리 공해의 자원은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분류돼 있다는 것이다. 이 자원은 국제해저기구(IBSA)가 관리하고 있는데 이번에 발견된 희토류가 채굴 생산성이 있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향후 자원 배분을 둘러싼 각 국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북극에서도 향후 자원 전쟁의 포성이 울려 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1,600억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 때문이다. 알자지라는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외교 전문을 인용해 "미국ㆍ캐나다ㆍ러시아ㆍ노르웨이ㆍ덴마크 등이 북극에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들 나라들이 자원을 둘러싸고 무력을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 2007년 북극 해저 4,000m에 국기를 꽂고 영유권을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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