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5 총선을 막 끝난 한국 경제호(號)의 현 주소는 여전히 살어름판이다. 거시지표상으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 경제가 어디로 갈지는 정치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 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성장 잠재력 자체가 현저하게 떨어져 있고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작금의 경제 현실을 진단했다.
우리 경제는 지난 1년 동안 ‘시들은 벚꽃’을 연상시킬 정도로 추락해 왔 다. 각종 거시 지표는 밑바닥에서 탈출하지 못했고, 기업과 국민 등 경제주체들의 경제 살리기 의욕은 현저하게 꺾였다. 세계 경제의 회복 속에서낙오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전자와 자동차 등 주력 수출 품목들이 선진국과 후진국, 중국과 일본 등의 끼인 ‘넛 크래커 ’ 신세로 전락했다. 이는 역으로 우리 경제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제시해준다. 경제 전문가들은 성장 동력을 확 보하기 위한 강력한 리더십의 확보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
◇한계에 놓인 거시지표ㆍ산업 현장= 통계청이 내놓은 지난 2월중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표상 우리 경제는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제조업 가동률은 지난 1월 80.4%에서 2월에는 83.5%까지 올라섰다. 도ㆍ소매 판매 도 전년 동기보다 2.4%가 증가하며 1년만에 상승세로 반전됐다. 하지만 산 업생산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치중되며 업종별 양극화는 심화되고, 판매 도 전달보다는 0.4%가 오히려 위축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고유가와 원자재 등 외부 여건 때문에 실물경기가 다시 하강하는 ‘더블 딥(이중침체)’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실업률은 여전히 4%를 육박하고, 신용불량자수는 줄어들 줄 모르고 있다.
산업 현장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산업은 중국의 무서운 추격에 시달리고,일본은 ‘제조업 부활론’을 내세워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일본은 터널을 빠져 나가 부활하는데 한국은 어두운 터 널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원화 가치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 추락할 수 있는게 우리 주력업체들 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경제 리더십 확보 시급= 지난해 하반기 전경련 회장단 회의.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원로ㆍ현직 총수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 들은 “박정희 시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청와대는 전경련에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지만, 이는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말이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책의 중심을 실종됐다. 경제 부처는 혼선을 거듭했고, 정책의 컨트롤타워는 찾을 수 없었다. 정치권은갈등 속에서 행정부의 원군 역할을 포기했다. 한국CEO포럼을 이끌고 있는곽만순 카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에는 경제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며 “청와대와 행정부, 정치권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확보하는게 필요하며 정책 혼선을 정리해주는 채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과 로드맵 현실화 필요=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은 “총선 결과를 이념적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며 “경제 주체들이 절대로 흥분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가 추진해온 일자리 창출과 신용불량자 문제, 금융 구조조정 등 핵심 정책들을 조기에 완결하는 추진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문건 전무는 “현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살리는 해법은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총액출자제한제 등 규제를 풀어주고 세제와 노사 문제 등에서 과감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의 여신담당 임원은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배드뱅크에 공적자금을 과감하게 투입해 일거에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여전히 구호에만 치우쳐 있는 각종 로드맵의 구체적인 실천, 비 정규직을 비롯한 노사 문제의 해법을 위한 합일점 도출 등은 우리 경제가상승 커브로 돌아서기 위한 절대 필수 조건들이다.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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