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9월1일] <1489> 양담배 판매 허용


양담배가 양지로 나왔다. 해금(解禁) 일자 1986년 9월1일. 이전까지 양담배는 불가촉(不可觸) 대상. 담배전매법에 의거해 양도ㆍ양수 및 소지, 즉 사고 파는 것은 물론 소지만 해도 처벌받았다. 멀리서 담배 연기만 봐도 양담배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단속반은 감시의 눈을 번득이며 양담배 흡연자를 가려냈다. 양담배에 ‘불법’의 굴레가 씌워진 것은 1953년 10월. 이승만 대통령은 국산담배 보급 위해 양담배 판매를 금지했다. 양담배 흡연ㆍ매매ㆍ소지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라는 무시무시한 법률에도 양담배는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나갔다. ‘양담배 한 보루’는 값진 선물로 통했다. 전매청이 시중에서 압수한 양담배를 집권당 간부들이 빼돌려 내다 판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다. 국민의 숨소리마저 규격화할 것 같던 서슬 퍼런 5공 정권이 양담배 판매를 허용한 이유는 통상압력. ‘미국 상품의 소지 및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와 어떻게 교역할 수 있느냐’는 거대 담배회사들의 질책을 받은 미국이 ‘슈퍼 301조’를 내세워 시장개방을 요구하자 쌀과 쇠고기를 비롯해 담배까지 시장을 열 수밖에 없었다. 해금 직후 양담배 판매는 우려와 달리 미미한 것 같았지만 야금야금 시장을 파먹어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양담배의 시장 점유율은 34%. 322억개비가 팔렸다. ‘양담배면 어때’라는 생각 속에 외국산 담배의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흡연의 재정기여도 역시 떨어져간다. 1974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웨덴의 군나르 뮈르달은 중남미 쇠퇴의 원인을 ‘공통의 이익을 위해 단결ㆍ조직하기보다 개인주의화하고 외국산 제품을 경계하지 않는 경향’에서 찾았다. 한국인이 피워대는 양담배를 두고 한 말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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