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로서는 1년중 어느 한 때도 에너지절약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특히 겨울이 되면 난방에너지 사용의 증가로 에너지절약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특히 최근에는 겨울철 전열기의 사용이 늘어나 과거 여름철 전력-겨울철 유류소비증가의 등식이 깨지고, 한겨울에 전력수요가 여름철처럼 올라가는 기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올해는 미국과 이라크 사이의 긴장이 이어지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중동의 불안정에 따른 유가폭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의 에너지절약의 달은 그런 점에서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85년부터 난방에너지 소비가 급증하자 에너지소비가 급격히 느는 11월을 '에너지절약의달'로 정해 각종 에너지절약관련 행사를 실시, 사회 전반에 에너지절약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70년대 제1차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시작된 우리나라의 에너지절약시책은 초기의 단순억제정책에서 발전해 에너지이용의 합리화와 에너지절약기반구축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우리나라의 에너지사용패턴도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한 나라의 에너지이용효율을 나타내는 지표인 GDP대비 에너지탄성치도 99년 이후 꾸준히 1이하로 선진국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우리사회의 에너지이용이 많이 합리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에너지다소비업종이 27%를 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에너지사용량의 56%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체의 에너지절약은 대단히 중요하다.
산업체 에너지절약의 기본은 에너지진단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실시한 산업체 에너지진단 결과 평균 10% 가량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 여기에 투자한 비용은 에너지절약을 통해 평균 1년 정도면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기업의 경우 각종 에너지절약사업을 통해 한해 600억원씩 들어가던 에너지비용 가운데 100억원을 절약한 예도 있다.
따라서 CEO가 에너지절약 마인드를 갖고 에너지절약설비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면, 기업의 경쟁력제고는 물론이고 국가경쟁력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산업체의 에너지절약을 돕기 위해 자발적협약제도(VA)를 비롯한 각종 금융ㆍ세제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유사공정을 가진 사업장간에 에너지절약을 위한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각자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절약 신기술 또는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거나, 절감할 수 있는 공정개선아이템을 선정해 공동으로 연구하여 현장에 적용하는 기술정보교류사업(ESP)도 추진하고 있다.
가정과 사무실에서 효율높은 에너지기기들을 사용하는 것도 에너지절약에 큰 도움이 된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이미 지난 92년부터 자동차와 주요 가전제품에 대하여 에너지효율등급제도를 실시하여 소비자들이 손쉽게 제품의 에너지효율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최저효율제도를 통해 제품의 효율이 일정수준 이하가 될 경우에는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여 저효율제품의 시장진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한편 대기시간동안의 전력사용을 최소화한 절약제품의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컴퓨터, 프린터, 복사기, TV 등 15개 제품에 대해 에너지절약마크제도를 실시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절약제품을 통해 향후 5년간 6,500억원어치의 전력을 절약하고 59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석유가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수송부문에서의 에너지절약도 중요하다. 정부는 앞으로 자동차 제작ㆍ판매자가 기준평균연비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산업자원부장관이 개선을 명령함으로써 고연비 자동차의 생산 판매를 유도하는 평균에너지소비효율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사용하는 에너지의 절대량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에 따른 환경오염문제는 우리에게 또 다른 문제를 안겨준다.
에너지절약은 바로 이 두가지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는 열쇠다. 한 순간에도 변할 수 있는 유가등락에만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에너지절약 기반조성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장섭<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