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국정은 결과로 책임지는 것

최근 북한의 핵실험, 부동산대책 실패 등과 관련해 잇따른 국정실패의 원인과 책임을 놓고 노무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정부와 국민 대다수의 시각이 너무나 달라 많은 국민들이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정책실패의 원인을 대부분 자신들의 철학을 이해 못하는 국민 또는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있는 언론이나 일부 세력의 공작에 있다고 보고 정부의 전적인 책임을 거부한다. 반면 대다수 국민들은 정책실패의 원인을 현 정부의 현실을 도외시한 이념지향적인 서투른 국정처리 방식에 있다고 보고 정부에 대해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시각이 국민과 이렇게 다르다 보니 정부는 정책실패에 대한 통렬한 반성보다도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있는 언론과 일부 세력의 타도에 정력을 낭비하느라 정작 실패한 정책을 추스르지 못하고 문제를 계속 키워 국민들의 고통을 더해가고 있다. 국정 성패의 척도는 이념과 논리적 가치의 성취가 아니라 대다수 국민의 현실적 이익과 행복이며, 국정과 정책은 원인에 관계없이 항상 결과로서 평가되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정부의 주장대로 설령 정책실패의 원인이 정부 내부에 있지 않고 무지한 국민과 일부 세력 때문이라 하더라도 정부의 책임까지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주권의 현행 법률체계는 국가나 공무원의 과실이 없더라도 현실적으로 국가의 행위로 인해 구체적 손실을 본 국민이 있을 때에는 적절한 보상을 하도록 돼 있다. 자신의 잘못이 없으면 책임을 지지 않는 일반 세상사와는 달리 국민은 국정에 대해 무과실 책임을 요구한다. 정부는 정책실패의 결과로서 책임을 지는 것이지 그 실패의 원인에 따라 그 책임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국정을 다스리는 행위의 막중함이 있는 것이다. 과거 세습군주 시절에도 가뭄이나 홍수 등 천재지변으로 국민들이 고초를 겪으면 군주들은 자신의 잘 잘못의 원인을 떠나 민심을 대변하는 하늘에 자신의 부덕과 무능을 석고대죄로 참회했다. 지배자인 군주의 그러한 참회 모습은 고통을 겪고 있는 백성들에게도 전달돼 국민적 용기를 북돋아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 국민적 단합을 가져오기도 했다. 요즘 온 국민을 울리고 있는 부동산정책 진행과정을 보면서 석고대죄는커녕 모든 잘못을 국민과 언론 등 일부 반대 세력에게 돌리는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 자세를 천년 전의 세습군주시대로 되돌려놓고 싶은 것이 국민들의 심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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