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국 영화 위기, 자기 반성부터

“한국 영화 위기요? 영화인들은 자꾸 먼 곳에서 원인을 찾는데 이유는 간단해요. 한국 영화가 재미 없으니까 관객들이 외면하는 겁니다.” 국내에서 10여년간 한국 영화를 취재해온 한 일본인 영화 전문기자는 최근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면전에서 너무 매몰차게 말한다 싶어 반박하고 싶었지만 딱히 변명할 얘기가 없었다. 한 중견 영화감독은 “준비하던 영화는 투자 환경이 위축돼 개발단계에서 중단된 상태”라며 “주변에서는 집에서 빈둥대지 말고 뮤지컬 연출이라도 해보는 게 어떠냐고 조언한다”고 푸념했다.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해 연출가로 성공한 감독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신인들의 사정이야 오죽할까 싶다. 우리 영화계의 현주소를 비춰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실제 멀티플렉스 영화관 CJ CGV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영화 점유율은 52.5%로 전년 동기 65.5%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한 한국 영화 관객은 지난 1997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해 지난해 1억6,400만명을 기록했지만 올해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영화 담당 기자로 요즘 극장을 찾을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한류(韓流)의 열풍과 한국 영화 르네상스로 축포를 터뜨리던 게 엊그제 일만 같은데 이제는 위기를 말하고 있느니 말이다. 최근 영화인들을 만나면 대부분 ‘억울하다’는 불평을 늘어놓는다. 자신들은 열심히 영화만 만들었을 뿐 크게 잘못한 게 없다는 주장이다. 투자자본이 영화에서 뮤지컬 등 공연시장으로 이동한데다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부가판권 시장이 붕괴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강세를 보여 더욱 어려웠다는 논리다. 물론 전혀 틀린 주장만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한탄 속에 자기 반성이나 성찰의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는 게 안타깝다. 정말 영화인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올 한 해 한국 영화계에는 진부한 속편 영화와 스타 배우에 의존한 그렇고 그런 싸구려 ‘기획’ 영화가 도배하다시피 했다. 우리 영화인들이 안일하게 작품을 만들어온 건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창조적 상상력과 참신한 이야기가 필요한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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