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집값 정말 거품 많습니까?

연초 친구로부터 “지금 집을 사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여유가 있다면 사라”고 답했다. 주초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연말에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단다. 그는 “집을 팔고 가야 하나 그대로 놔두고 가야 하나”를 물어왔다. 그는 연초 서울 양천구 목동에 아파트 한채를 구입했다고 한다. 내 덕에 3억원을 벌었다며 공치사까지 했다. 참으로 난감했다. 난 결국 그에게 “집을 팔라”고도 “놔두라”고도 답하지 못했다. 각종 부동산 관련 정보를 다루는 나 자신부터 정부대책에 대한 믿음이 없다. 이 정부의 능력으로 과연 집값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더더욱 없다. 최근 부쩍 `집값 거품론`이 득세하고 있다. 강남 집값의 40%가 거품이라는 논문도 발표됐다. 이제는 `거품이 있느냐 없느냐`는 과거 얘기다. `얼마나 많은 거품이 끼었느냐`는 식이다. 일본과 미국사례가 교훈이다 집값 급등은 문제다. 그러나 집값 폭락은 더 큰 문제다. 집값의 `거품붕괴`는 곧 `국가경제의 좌초`와 직결된다. 그만큼 거품붕괴는 엄청난 부작용을 낳는다. 한국보다 경제체질이 더 강하고 튼튼한 일본ㆍ미국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은 지난 91년 4ㆍ4분기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지난해까지 10년 이상 극도의 장기침체 상태다. 가장 큰 원인으로 투자시장의 양대 축인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동반 하락이 꼽힌다. 일본의 부동산은 86년부터 90년까지 4년여 동안 3배 이상이 폭등했다. 그러다 91년 `거품론`이 나오면서 급락했다. 최근까지 10여년째 계속 하락, 이제는 평균 절반 이하로 값이 떨어졌다. 도쿄 중심지의 상업지는 최고치 때의 30%에도 못 미친다. 지난 10여년간 일본 전체 땅값 하락액은 무려 1,000조엔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한국 GDP 596조원의 20배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부동산 가격폭락은 곧 일본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졌다. 이는 다시 `대출축소-기업의 자금조달 애로 심화-설비투자 규모 축소-경기침체`라는 악순환의 반복으로 이어졌다. 또 주택금융 전문회사 7개사가 모두 파산하기까지 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80년대에 텍사스를 중심으로 한 남서부에서 부동산 거품붕괴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제2차 석유파동(79년) 이후 계속된 고유가와 로널드 윌슨 레이건 정부의 내수확대 정책으로 석유산업의 비중이 높았던 택사스를 비롯한 미국 남서부 경제는 큰 호황을 누렸다. 79년 집값을 100으로 지수화했을 때 85년 말 단독주택은 175, 아파트는 155에 이를 정도로 폭등했었다. 하지만 86년부터 집값이 폭락, 아파트의 경우 88년에 80 이하로 떨어졌다. 때문에 부동산 대출금융을 전문으로 했던 3,000여개의 저축대출조합이 급격히 부실해져 87년에 500여개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고 93년까지 무려 1,300여개사가 도산하고 말았다. 부동산 거품붕괴는 더 문제를 야기한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이 재미있는 보고서를 냈다. IMF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지금까지 선진국에서 발생했던 부동산 거품붕괴 현상을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때 가격 하락 폭은 평균 30%였다. 이는 주식시장 붕괴시 평균 하락 폭 60%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나라 경제에 전체에 미치는 충격은 주식시장 붕괴 때보다 훨씬 심각했다. 즉 주식시장은 거품붕괴 후 평균 2년반 만에 회복됐다. 반면 부동산시장 붕괴는 4년간이나 침체가 지속됐다. 또 부동산 거품붕괴에 따른 사회적 손실도 GDP의 8%나 됐다. 대부분의 경우 `부동산 거품붕괴=나라 경기침체`로 연결됐다고 한다. <신정섭(건설부동산부장) shj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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