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4월 29일] 사랑의 미학

봄은 사랑의 계절이다. 예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얘기하고 노래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붉어지며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 사랑의 느낌은 표현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이런 사랑이란 것은 머무를 때보다 떠나간 뒤에야 더욱 그 빈자리를 느끼게 해주니 사람을 안타깝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도 끝내 이루지 못해서 지고(至高)한 사랑이 됐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의 비극은 가혹한 고난과 상실의 시련으로 존재의 가치를 반추(反芻)하게 하는 극적인 요소로 감동을 자아낸다. ‘아프면서 성숙한다’는 말도 있지만 떠나간 사랑은 가슴에 남은 감동과 함께 사람을 순화시키는 정화수 역할을 하며 더욱 인간적인 성숙을 가져오게 한다. 청마 유치환 시인은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라고 노래했지만 사랑이 지나가는 꽃길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물리적으로 봐도 그렇다. 도체(導體) 간 전기가 양극에서 음극으로 흐르기 전에 전자가 먼저 음극에서 양극으로 흐른다고 한다. 사랑은 자기도 모르게 옮겨지는 전자의 흐름과 같은 것이다. 또 안톤 슈낙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수필에서 ‘은성(殷盛)한 가면무도회에서 돌아와 거울을 볼 때 허상의 가면을 벗은 자기의 참모습을 보고 슬퍼진다’고 했다. 사랑의 느낌은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거짓이 아닌 참모습이다. 사랑은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거울에 비치는 사랑의 모습은 우리의 참모습이다. 무릇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이미 아름다운 것이다. 헤르만 헤세가 그의 대표적인 작품 “나르치스와 골트문트”에서 ‘청춘은 아름다워라’라고 찬미했다. 여기서 얘기하는 청춘은 곧 사랑이다. 국경과 나이를 초월하는 이 가치보다 더 아름다운 가치도 찾기 어렵다.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가져다주는 것 역시 사랑이다. 사랑에 눈이 멀었다는 말도 있지만 현실로부터 눈을 감아야 사랑의 문을 열 수 있다. 좋은 계절, 이 봄에 지그시 눈을 감고 뭔지 모를 애틋한 느낌으로 사랑을 주고받으면 어떨까. 사랑의 신 에로스의 축복을 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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