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물부족…홍수…2억5,000만명이 고향 등졌다

■ 기후전쟁 (하랄트 벨처 지음, 영림카디널 펴냄)


최근 몇년새 지구촌의 기후 이상이 심상치 않다. 모스크바는 폭염과 산불로 큰 소동을 겪었고중국과 파키스탄에서는 홍수로 수천 명이 죽고 수천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보르네오와 브라질, 페루와 탄자니아, 플로리다와 사르디니아 섬 등의 원시림은 너무 바짝 말라서 산불이 나자 맹렬한 속도로 타들어 갔다. 지난 100년 이래 최악의 가뭄을 기록한 뉴기니 섬에서는 수천 명이 굶주렸다. 동아프리카에서는 건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50년 이래 최악의 홍수가 있었다. 파나마 운하는 수량이 너무 줄어들어 큰 배는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됐다. 폭염, 홍수, 가뭄, 지진 그리고 빈번한 산불은 모두 지구 온난화와 그로 인한 이상 기후에 기인한다. 기후 변화에 대처할 능력이 없는 가난한 나라에서는 이미 기후전쟁이 발발했으며 환경 변화와 생존 경쟁으로 인한 폭력 때문에 고향을 등진 환경 난민의 숫자는 2억 5,000만 명을 넘어선다. 그리고 2050년에 이르면 많게는 현재의 10배에 해당하는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의 대표적인 소장 사회심리학자인 저자는 기후 변화와 폭력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기후 변화로 인한 전지구적 소요 사태에 깊은 우려를 나타낸다. 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인해 개별 국가와 사회는 물론 전 지구적으로 심각한 갈등이 야기되고 있으며 변화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경쟁은 폭력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는 게 벨처 교수의 견해다. 실제로 물과 토지를 둘러싼 분쟁, 인종청소, 빈곤국에서 계속되는 내전과 끝없는 난민행렬 등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저자는 기후 변화라는 주제를 자연과학자들에게만 맡겨온 인문ㆍ사회과학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기후변화가 물리적 변화는 물론 사회적 관계의 붕괴와 자원갈등, 대규모 이주사태, 안보위협, 불안, 근본주의 경향, 전쟁과 폭력 등의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데도 인문ㆍ사회과학자들이 이를 외면해왔다는 것. 벨처 교수는 "이상 기후는 더 이상 자연과학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ㆍ사회ㆍ문화적 문제이기 때문에 기후 변화가 계급, 종교적 신념, 자원 문제 등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간의 공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특히 기후변화의 사회ㆍ경제적 결과들이 전 지구적으로 불공평하게 배분되는 점을 우려한다. 지난 250년 동안 가난한 나라들의 자원을 활용해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이룬 선진국들이 그로 인한 기후변화의 책임을 온전히 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들간의 심각한 잠재 갈등요인이 되고 있으며 결국 다른 나라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재생가능에너지, 전기자동차, 방재능력 향상 등 기술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시도보다는 생산에서 소비까지 모든 생활 습관과 문화적 관행의 변화, 현재의 '탄소사회'에서 '탈(脫)탄소사회'로의 거대한 변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1만 7,000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