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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사업을 육성하기로 한 것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공공사업 비용을 마련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4년 연속 세수펑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복지예산의 부족분을 민간의 자금으로 일정 부분 해소해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국내 1호 SIB 사업이 정치권에 발목이 잡혀 좌초하는 등 제도 도입까지는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가 동시에 SIB 관련 법을 발의했지만 우선 국회 문턱을 넘는 것도 관건이다.
◇영·미 등 선진국 앞다퉈 도입=SIB 사업은 공공이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일종의 '소셜 투자'로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해외에서도 도입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해외 선진국들이 앞다퉈 도입을 추진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세계 1호 SIB는 2010년 9월 영국 피터버러 교도소 단기수감자 3,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재범률 줄이기' 프로젝트다. 영국 정부는 SIB 사업을 고아 입양, 일자리 창출, 청소년 교화 등 13개 영역으로 확대한 상태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가 전폭적인 투자에 나서 '뉴욕 라이커스 교도소' 수감자를 대상으로 하는 재범률 줄이기 프로젝트와 솔트레이크시티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취학 전 무상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4년 연속 세수펑크…복지재원 마중물 역할 기대=SIB 사업이 활성화되면 정부의 부족한 복지재원의 마중물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정부의 재정 상태로는 급증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벅차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중기재정계획(2014~2108년)에 따르면 복지 분야가 포함된 의무지출은 노인 인구와 연금수급자 등의 증가로 오는 2018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이 7.1%에 달한다. 이는 총지출 증가율(4.5%)의 1.5배 수준이다.
하지만 내수침체로 세수는 3년 연속 쪼그라들고 있고 올해도 약 1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결손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재정여건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재정정책도 창의적인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민간자본이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도록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1호 사업 좌초…제도적 뒷받침 필요=국내에서도 지방자치단체가 SIB 사업을 추진한 사례가 있다. 서울시가 그룹 홈 청소년들을 상대로 SIB 사업을 추진하고 민간자금까지 끌어들였지만 시의원들이 발목을 잡아 도입 여부가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SIB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전담 조직과 채권 상환을 위한 기금설립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가 각각 발의한 '사회적 경제 기본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기금운용 등을 기재부가 담당하고 자문기구로 청와대 내 사회경제위원회 등 조직을 신설하는 것을 담고 있다. 이르면 연내 임시 국회 통과가 이뤄질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회적 경제기본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SIB 발행 등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