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4분기 손실' 감추고 연간 실적만 발표

분기 별 실적 공시 안 해도 되는 현행 규정 때문<br>이익 낸 연간 실적 공개하며 자화자찬 사례 잇따라


일부 상장사들이 부진한 4ㆍ4분기 실적은 공개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좋은 연간 실적만 발표해 투자자들을 우롱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4ㆍ4분기 대신 연간 실적 공개만 의무화한 공시 규정 때문에 투자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1월17일부터 2월18일까지 금감원 전자공시스템에 올라온 유가증권시장ㆍ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의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이상 변경’공시 769건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4ㆍ4분기에 영업손실을 기록한 56개 상장사들이 연간 기준으로 영업이익을 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정작 투자의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는 지난해 4ㆍ4분기의 ‘영업손실’은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실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유니온스틸은 공시를 통해 “판매량 증가와 단가 상승으로 2010년 총 6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4ㆍ4분기 영업실적만 놓고 보면 2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남해화학도 지난해 2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지만 지난해 4ㆍ4분기에는 9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이외에도 한국제지, 동방아그로, 미원상사, 동부제철, 무림P&P, 무림페이퍼, 대동공업 등도 2010년 연간 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4ㆍ4분기 영업실적만 놓고 보면 5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업체들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상장사들이 악화된 4ㆍ4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연간 실적만을 공시 의무화 대상에 넣은 제도상의 허점 때문이다. 거래소는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가 30%이상 변경된 상장사들에게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경’공시를 통해 연간 실적을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고 있지만 분기실적을 공개하는 ‘영업(잠정)실적’공시는 의무 사항으로 두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일부 업체들은 연간 실적을 공개하면서 손실이 난 4ㆍ4분기 실적도 자율적으로 공시했지만 이들 56개 업체들은 4ㆍ4분기 실적을 감출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연속성 측면에서 분기 별 실적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의 기업분석 담당 연구원은 “4ㆍ4분기 실적이 공개되지 않는 허점을 이용해 일부 상장사들은 비용 처리를 4ㆍ4분기에 한 번에 하기도 한다”며 “기업의 계속적인 영업활동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분기 실적도 중요한데 현행 공시제도 상으로는 연구원들이 4ㆍ4분기 실적을 분석해 보고서를 내지 않는 한 투자자들이 알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도연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제도팀장은 “연간 기준 실적을 살펴야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잘 파악할 수 있고 재무제표 상으로도 분기 실적은 원래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며 “기업들에 실적을 분기별로 공개하라고 하면 부담이 될 수 있고 4ㆍ4분기에 일괄적으로 비용처리를 하는 업체들이 많아 4ㆍ4분기에 유독 실적이 안 좋은 업체들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