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경제 통계와 착시

권구찬 생활산업부 차장 chans@sed.co.kr

[동십자각] 경제 통계와 착시 권구찬 생활산업부 차장 chans@sed.co.kr 경제는 지표로 말한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이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거시지표는 현 경제상황을 평가한 경제성적표이기에 정부와 기업은 물론 가계까지 그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래서 정확한 통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최근 1개월 동안 발표된 통계치만 놓고 본다면 우리 경제는 회복가도를 질주하고 있다는 표현이 적당할 듯하다. 수출은 과열을 우려 할 처지이고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인 얼어붙은 소비심리도 지표상 거의 회복 단계다. 지난 4월 중 소비자기대지수는 99.9로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ㆍ생활형편ㆍ소비지출에 대한 기대지수는 모두 기준점인 100선을 가볍게 돌파했다. 소비심리 회복 소식에 여의도 증권가는 저평가된 우량 내수주를 매수 추천하는 성급함까지 보였다. 4월 중 백화점ㆍ할인점의 매출동향도 고무적이다. 할인점은 전년 대비 7.9% 증가했고 백화점은 1.7% 감소했으나 3월의 마이너스 11%에 비한다면 개선조짐이 뚜렷하다. 그러나 내수지표에는 보이지 않는 ‘기술적 함정’이 숨어 있다. 통계청은 기대지수 조사를 매월 22일 전후 1주일 간 실시한다. 4월의 화려한 소비지표는 4ㆍ15 총선 일주일 뒤에 실시한 조사 결과다. 탄핵정국에 따른 불확실성이 사라진 시점이고 때마침 활황 장세였던 주식시장도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4월23일 주식시장은 올들어 사상 최고치인 936.06으로 마감했다. 반대로 3월 중 기대지수는 국회의 탄핵안 통과 직후에 조사한 탓에 다른 거시지표가 호조를 보였음에도 2월 보다도 밀렸다. 할인점의 매출동향도 거품이 없지 않다. 4월 매출증가는 할인점이 유례없는 대규모 세일에 들어간 덕분이지 내수경기가 풀린 결과는 아니다. 할인점 업계는 고강도 세일처방에도 불구하고 매출 신장률이 낮은 것을 우려하면서 4월 이후가 더 문제라고 하소연한다. 최근 차이나 쇼크와 고유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외부 충격이 한꺼번에 밀려오자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면서 우리 경제의 위기 여부를 놓고 논란이 팽팽하다. 정부는 ‘트리플 쇼크’가 예견된 일이라며 경제 위기론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경제는 심리적 요인에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비관적인 전망을 확산시키고 지나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경제가 심리라는 이유로 또 지표상의 호조에 사로잡혀 낙관론을 들먹일 만큼 한국 경제를 둘러싼 외부 환경은 한가롭지 않다. 지표가 고꾸라진 뒤에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 정책 당국 역시 지표상의 착시 현상을 모를 턱이 없을 것이다. 입력시간 : 2004-05-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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