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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단독영업을 앞둔 KT가 '할부금 면제'를 무기로 번호이동 고객 끌어들이기에 나선다. 올해 초 취임 이후 구조조정에 몰두하던 황창규 KT 회장의 첫 승부수다.
KT는 24일 가입자가 낸 요금이 70만 원을 넘어서면 남은 약정기간을 다 채우지 않아도 할부금을 면제해주는 '스펀지' 플랜을 발표했다. 휴대폰 교체에 대한 고객의 니즈를 '흡수'한다는 뜻에서 '스펀지'라는 명칭을 붙였 다는게 KT의 설명이다.
◇70만원 이상, 약정기간 12개월 = 스펀지 플랜은 휴대전화 구입 이후 사용한 누적 기본료가 70만원 이상이면 약정기간을 최대 12개월까지 줄여주는 조건이다. A씨가 KT의 완전무한 79요금제(기본료 월 7만9,000원)에 24개월 약정으로 가입하면, 실질 요금 납부액은 6만1,000원이다.
이를 12개월간 내면 누적 기본료는 73만2,000원으로 70만원을 넘어선다. 스펀지 플랜을 적용하면, A씨는 13개월째에 남은 할부금 부담 없이 휴대폰을 교체할 수 있다. 여기에는 기존 중고 휴대폰을 반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만일 A씨가 기본요금 월6만7,000원인 '완전무한67'요금제에 가입했다면 24개월 약정할인 1만6,000원을 제외한 5만1,000원을 요금으로 내게 되고, 누적 기본료가 70만원을 넘어서는 14개월 이후 교체가 가능하다. 사용하는 요금제가 낮아질수록 미납 할부금 부담 없이 교체할 수 있는 주기가 길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남규택 KT 부사장은 "국내 이동 통신 시장이 통신서비스보다 휴대폰 중심으로 짜여 져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금전적 혜택 크지 않아=주의해야 할 점은 기존 휴대폰 반납 부분이다. 미납 할부금과 기존 핸드폰의 중고 시세간 차이는 '보조금' 에 해당한다. 80만 원짜리 휴대폰을 24개월 할부로 구입한 고객이 12개월째에 누적 이용료 70만원을 넘어서 휴대폰을 교체할 경우 미납 할부금은 35만원이다.
만일 기존 핸드폰의 중고시세가 20만원이라면 차액인 15만원(35-20만원)은 보조금이다. 보조금 최대한도 27만원 가운데 15만원을 받았기 때문에 새 핸드폰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12만원 밖에 받을 수 없다. '조삼모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기존 제도에서는 24개월 약정을 채우지 않고 휴대폰을 교체할 경우 기존 휴대폰은 그대로 고객의 소유다. 고객은 이 휴대폰을 스스로 중고시장에 내다팔아 미납 할부금을 일부 보충할 수 있다. 새 휴대폰에 대한 보조금 역시 최대한도인 27만원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기존 제도와 '스펀지'를 면밀하게 분석해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스펀지 요금제, 공격과 방어=스펀지 플랜에는 KT의 '공격'과 '방어'의 의도가 숨어 있다. 공격은 휴대폰 교체주기 단축이라는 당근을 내걸어 타 경쟁사의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말 기준 시장점유율 30%가 붕괴 된 KT로서는 사활을 걸 수 밖에 처지다.
'방어'는 고객을 경쟁사로 이동할 수 없도록 붙드는 '락인'효과다. 휴대폰을 조기 교체하려면 또 다시 KT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고액 요금제 고객을 늘리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높은 요금제를 사용해야만 더 짧은 시간에 휴대폰을 교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이날 스펀지 플랜 외에도 몇 가지 고객 유인책을 추가로 내놨다. 다음 달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완전무한79' 이상 요금제에 가입하면 제휴 매장에서 멤버십 포인트 차감 없이 할인 받을 수 있는 '멤버십' 서비스 강화와 고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영상, 음악 콘텐츠를 데이터와 묶어 할인 가격에 제공하는 '알짜팩' 서비스, KDB대우증권 CMA에 가입하고, 통신비 자동이체를 신청하면 통신비를 지원하는 서비스 등이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