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인사 반발하는 신한금융 노조

내부 승진 좌절 불만? 임단협 탐색전?<br>한동우식 균형 인사에 "낙하산 더 이상 안된다"


신한금융그룹이 최근 단행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로 홍역을 앓고 있다. 그룹 측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한동우 회장이 이른바 '탕평' 인사를 통해 조직에 자기 색깔을 입힌 것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정작 인사 당사자인 신한카드ㆍ신한생명 노조는 낙하산 인사 반대 등을 내걸고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의 실제 내용과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실제로 노사 간 대치 국면의 이면을 보면 비은행 계열사 구성원의 섭섭한 속내가 짙게 배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직 수장 자리에 내부 인사 중용이 번번히 좌절되고 있는 데 따른 서운함이 크다는 것이다. 비은행 주력 계열사 CEO에 지주사나 은행 출신이 발탁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전문성과 식견이 탁월할 수 있는 내부 인사가 소외되고 있다는 항의 표시라는 얘기다.


◇한동우식 균형 인사에 반발 기류 일어=이번 인사는 신한 사태로 빚어진 조직의 상처를 추스르는 목적이 강했다. 신한 사태 당시 신상훈계 인물로 분류됐던 이성락 신한아이타스 사장이 신한생명 사장으로, 라응찬 라인으로 꼽혔던 위성호 부행장은 신한카드 부사장을 거쳐 사장으로 내정되는 모양새를 갖췄기 때문. 이를 두고 신한 사태로 흠집이 간 인재를 살려 자신의 리더십을 입증하는 동시에 연임도 도모하려는 한 회장의 양수겸장식 포석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계열사 노조는 이들이 모두 지주에서 내려 보낸 낙하산과 진배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한카드 노조 측은 "탕평 인사라는 말이 나오는데 중요한 것은 계열사에 득이 되는지 여부"라며 전문성 부족을 겨냥했다. 신한생명 노조도 권점주 현 사장의 경영 성과를 감안하면 이번 인사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단협 탐색전, 내부 불만 시위 성격 강해=신한카드 노조는 "지주사로부터 성의 있는 조치가 없는 한 위 부사장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위 부사장은 아직 집무실에서 업무를 못 보고 있다. 생명 노조도 강도는 약하지만 본사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며 선명성을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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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시위를 액면 그대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CEO 인사에 노조가 반발하는 것은 관행적이고 의례적 성격을 띠는 측면이 있는 탓이다. 일각에서는 신한카드가 조만간 재개되는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탐색전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한다. 노조 관계자도 "이번 인사의 법적 효력을 무효화할 수는 없지만 지주회사 체제에서 발생하는 경영 간섭에 대해 문제 제기를 계속해나가겠다"며 확전은 자제하는 뉘앙스다.

노조로서는 지주사 출신이던 이재우 사장이 카드사 사장으로 선임됐을 때는 반대하지 않아 논리의 궁색함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조만간 갈등 국면이 봉합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성락 차기 신한생명 사장의 경우 이미 부서장들을 만나며 업무 파악에 들어갔다.

한 금융계 인사는 "100% 자회사로 돼 있는 계열사에 대한 지주사의 인사권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며 "다만 경영 성과가 부진할 경우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가져야 온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CEO의 역량이 곧바로 시험대에 올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촌평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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