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사람] 김성수 삼환저축은행 대표
"골프 심리학 널리 알릴터"
김성수(47) 삼환 저축은행 대표는 독특한 경력을 갖고있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리스 회사에서 취직, 15년 동안 근무하다가 IMF 외환위기를 맞아 회사를 그만 뒀고 “골프로 밥 어 먹어야 겠다”며 호주로 갔다.
연습을 너무 과도하게 하는 바람에 만성 근육통을 얻어 누워 있는 일이 더 많아졌고 골프채 대신 책을 잡아 골퍼를 위한 마음 공부를 하게 됐다. 레슨 프로로도 일했으며 호주 그리피스 대학 골프 매니지먼트 과정과 세종대 체육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고 ‘무의식으로 스윙하라’ 등 3권의 골프 책을 내기도 했다.
저축은행 사장에 취임한 지 두 달 정도.
익숙하지 않은 업무 파악에 바쁘지만 여전히 심리학과 골프 관련 스포츠 서적을 줄 쳐가면서 본다.
“알수록 재미있고 느낄수록 남에게 말해주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도 계속 골프 심리 공부를 해 “아직 심리학적으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골프계에 새싹을 틔우고 싶다”고 말한다.
“골프 심리학 동호회를 만들고 만화를 곁들여 좀더 쉬운 골프 심리 관련책을 내고 싶다”는 것이 김 대표의 포부. “기회가 된다면 기업체 교양 강의 등을 통해서도 골프 심리를 알리고 싶다”고 했다. 현재 골프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골프스카이에 ‘心프로네’라는 제목의 컬럼을 쓰는 것도 ‘골프 심리 전파’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심리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석사 과정을 통해 운동역학과 운동심리에 천착했고 수 많은 서적을 정독하면서 이론을 세웠다”는 그는 “연습장에서 레슨을 하면서 이론과 실제를 접목시켜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원 시절부터 “밥 벌이를 위해” 잭 니클로스 아카데미와 맥켄리 연습장 등에서 레슨을 했으며 당시 연습장에 처음 온 생 초보에게 드라이버 샷을 가르쳤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야구 배트나 막대기 등을 옆으로 다시, 아래쪽으로 휘두르게 한 뒤 드라이버를 주고 같은 방법으로 하라고 하면 처음 채를 잡은 사람도 잘 친다”며 “심리적 걸림돌이 없이 스윙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머리나 다리를 고정하라는 등의 생각은 마음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며 이를 풀어버리면 자유롭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그는 IMF시대만큼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레슨 프로나 하지 뭐”라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골프로 밥 먹고 사는 게 결코 쉽지 않다”며 “시장 상황을 잘 파악해야 하고 나이도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성수대표의 골프 심리학
■마지막에 본 것이 타깃이 된다=스윙을 하기 직전 무엇을 보았는지가 스윙 결과를 좌우한다. 오너가 티 샷을 슬라이스 낸 뒤 다른 세 명이, 적어도 한 명 이상이 같은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스윙 직전 뇌에 강하게 기억된 장면이 바로 그 샷이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가 다른 사람 샷을 잘 보지 않는 것도 이 때문. 스윙하기 직전에는 오로지 볼을 보내고자 하는 곳만 본다. 정상급 선수들은 샷이나 퍼트를 하기 전 목표를 보고 볼을 다시 보는 행동을 자주 한다. 이것은 목표를 뇌에 강하게 인식시키는 동작이며 따라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뇌는 'not'을 인식하지 못한다=벙커에 빠뜨리지 말아야지 하면서 벙커에 넣고 OB를 내지 말자고 거듭 다짐할수록 OB확률은 높아진다. 이는 뇌가 '말아야지'를 인식하지 못한 채 벙커나 OB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샷 하기 전 다짐을 하려거든 반드시 긍정적인 말로 한다. 'OB?내지 말자'가 아니라 '페어웨이로 볼을 보내자'하는 식이다.
■굿 샷 은행 계좌를 만들자=위기의 순간 어떤 장면을 떠올리느냐가 결과를 좌우한다. 이전에 실패한 생각을 하면 실패하고 멋지게 극복하는 상상을 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그 동안 훌륭하게 해냈던 샷 들을 '굿 샷 은행계좌', 즉 기억 창고에 넣어 보관하되 평상시에 자주 떠올리며 잊지 않도록 한다. 실제 필드에서 위기를 맞으면 예치했던 샷들을 꺼내 쓰면 된다. 이자까지 붙어 만족할만한 결과를 낼 수 있다.
김진영 골프전문 기자 eaglek@sed.co.kr
입력시간 : 2004-12-14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