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배 160척 巨富가 4101억 탈세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에 선박 등록·국내 비거주자 위장<br>집 등 친인척 명의 계약… 국내호텔·부동산도 투자<br>국세청 역외탈세 추적… 1분기 41건 4741억 추징


지난 2000년대 중반 수십척의 선박을 보유하면서 해운업까지 손대던 A회장은 해운업 호조로 사업은 순항했지만 성이 차지 않았다. 그는 회사를 한 단계 끌어 올리겠다는 욕심에 치명적인 '결단'을 내렸다.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마침 홍콩 소재의 한 회계법인이 A회장에 탈세계획안을 제시했다. 어느 나라에서도 세금을 한 푼도 안 낼 수 있는 이른바 '세금 제로 계획'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버뮤다 등 조세피난처에 수십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이들 회사에 선박을 등록한다. 그리고 국내외 선사들에 배를 임대해주고 소득은 페이퍼컴퍼니로 돌렸다. 또 홍콩에 위장 해운사를 차린 뒤 국내에는 대리점만 만들어 국내에서 올린 해운업 소득도 홍콩으로 빼돌렸다. A회장은 탈세를 위해 '유령인간' 생활도 마다하지 않았다. 거주자에게는 해외소득까지 세금을 매기는 한국세법을 피하기 위해 그는 '비거주자'로 위장했다. 서울에 살면서 실질적인 경영활동까지 하고 있었지만 서류상 흔적을 모조리 지웠다. 집은 친인척 명의로 계약했고 부동산ㆍ주식 등 국내 재산은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명의를 이전했다. 회사에서 '회장님'으로 불렸지만 어떤 직책도 맡지 않았다. 경영활동은 휴대용저장장치(USB)나 구두지시 등을 통해 은밀히 이뤄졌다. 이런 지능적인 수법으로 A회장과 그가 소유한 회사는 한국ㆍ홍콩ㆍ조세피난처 어디에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그는 2006년부터 시작된 '세금제로' 계획을 통해 9,700억원의 소득을 은닉했다. 그사이 보유 선박수는 160척으로 늘었고 회사의 총 자산은 10조원이 넘어섰다. 벌어들인 돈은 국내 호텔, 부동산, 선박 등에 재투자했을 뿐 아니라 스위스ㆍ홍콩 등의 해외계좌에도 수천억원을 예치해놓았다. 그러나 그의 대담한 계획은 국세청의 끈질긴 추적에 수포로 돌아갔다. 국세청은 A회장에게 4,101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고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11일 밝혔다. 국세청이 이날 발표한 올해 1ㆍ4분기 역외탈세 추징액은 무려 41건, 4,741억원에 달한다. 주된 수법은 비거주자ㆍ외국법인 위장, 가공매입 계상 등 수출입 거래, 해외부동산 편법취득, 해외양도소득 신고 누락 등이었다. 김문수 국세청 차장은 "대담하고 지능적인 역외탈세는 조세 정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고 조세범처벌법을 엄격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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