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원고·저유가 후폭풍에 기업들 한겨울… 올 매출 5년 만에 줄어들 듯

3분기 매출증가율 -3.2%… 금융위기 후 최저치 기록

기업 빚부담 커질 가능성


기업 매출액이 계속해서 쪼그라들고 있다. 2·4분기 매출 증가율이 마이너스(-2.9%·전년 대비)로 돌아서더니 3·4분기에는 -3.2%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4분기(-4.0%)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화 강세, 스마트폰 판매 부진,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화학업종 저조 등이 겹친 탓이다. 국제유가는 이번 분기 들어 더 가파르게 하락하고 내외수가 모두 부진해 올 한 해 전체 기업 매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쳤던 2009년(-0.1%)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은행은 3·4분기 기업 매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3.2%로 5년 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제조업이 안 좋았다. 제조업 매출 증가율은 -5.2%로 역시 2009년 2·4분기(-5.5%) 이후 가장 낮았다. 이는 상장기업 1,519개사와 주요 비상장기업 151개사(금융·보험업 등 제외)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로 주로 대기업의 경영 상황을 나타낸다.


기업 매출감소는 원화 강세, 스마트폰 판매 부진, 유가하락 등 '3중고' 탓이다. 지난 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33원20전으로 전년 동기(1,087원40전)에 비해 50원이나 낮았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경제 회복세 둔화로 달러 기준 매출도 부진한데다 원화까지 강세를 보여 원화 기준 매출액은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또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전기전자 업종 매출 증가율은 -13.7%를 기록,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2003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유가가 떨어지며 석유화학 매출 증가율도 -4.9%로 2·4분기 -0.4%에서 하락 폭이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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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감소로 기업들은 '외형'이 줄었을 뿐 아니라 수익성 악화로 '내실'까지 약해졌다. 지난 분기 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2%로 전년의 5.1%에서 후퇴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눠서 구한다. 지난해 1,000원어치를 팔아 51원을 남겼다면 지난 분기에는 42원밖에 못 남겼다는 뜻이다. 매출액 세전 순이익률도 3.0%로 전년의 4.6%에서 주저앉았다.

내년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 불어나고 있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은 전체의 30.5%로 1년 전에 비해 1%포인트 늘었다. 영업이익이 부진한데 이자 부담까지 높아지면 기업은 도산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규모가 작은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이 낮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의 재무 리스크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로 버텨오던 기업들이 내년 금리가 상승하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기업들은 투자도 줄였다. 유형자산증가율이 지난 분기에 0.5% 늘어나는 데 그쳐 2·4분기에 비해(0.6%) 둔화했다. 투자감소로 부채비율은 낮아졌다. 9월 말 현재 기업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은 92.7%로 전 분기 (94.3%)에 비해 하락했다. 차입금 등을 총자산으로 나눈 차입금 의존도도 25.2%로 소폭(0.2%포인트) 내려갔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원화가 소폭 절하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내년 한국과 세계 경제가 올해에 비해 크게 좋아질 것 같지 않다"며 "물가 상승률도 둔화하며 제품 가격이 오르지 않아 기업들이 내년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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