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떨이'와 브랜드 이미지

[기자의 눈] '떨이'와 브랜드 이미지 생활산업부 김희원기자 ‘아직도 비싼 값 주고 전문점에서 화장품을 삽니까’ ‘온라인 쇼핑몰이요? 재고상품인데 유통기한을 믿을 수 있나요’. 도대체 화장품을 어디서 사야 하나. 혼란스러워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불경기로 ‘최악의 터널’을 지나온 화장품업계는 현재 유통경로의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가의 75%까지 할인해 파는 온라인 쇼핑몰이 등장하는 등 가격파괴 현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제조업체들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일부 쇼핑몰의 경우 화장품을 ‘얼굴마담’으로 내놓고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할인판매에 나서지만 가격을 수호해야 할 제조업체의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화장품 유통질서가 급변한 이유는 우선 계속된 불경기에서 찾을 수 있다. 내수침체로 재고 부담을 견디지 못한 일부 전문점 및 사업자가 물량을 외부에 넘기기 시작했고 이중 일부가 온라인 쇼핑몰에 흘러들어 여성층을 대거 끌어들이는 ‘효자상품’으로 부활했다. 물론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4~5단계를 거치는 복잡한 유통경로도 틈새를 공략할 여지를 더한 주역이다. ‘떨이’ 판매에 놀란 제조업체들은 상품 출고번호를 역추적, 물건을 공급한 사업자에게 벌금을 물리는 등 강경책에 나섰지만 일단 물꼬를 튼 시장의 향방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그러는 사이 전문점 유통 비중은 지난 2000년 43%에서 지난해 28%로 급감했고 숫자 역시 같은 기간 1,400개 이상 줄어들었다. 결국 태평양이 5명 규모의 온라인 판매운영팀을 만들고 LG생활건강도 전담 직원을 두는 등 온라인 시장 ‘진화’에 나섰지만 전문점 등을 고려하다 보니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수준이다. 화장품은 ‘이미지’가 생명인 산업인지라 각 제조업체는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마케팅과 광고 등에 막대한 비용을 쓴다. 그렇기에 화장품산업에서 이미지의 실추는 결국 제품의 소멸로 귀결된다. 가격이나 유통기한조차 믿을 수 없는 제품에 좋은 이미지를 품을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시장은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인데도 기존 유통망을 개혁, 전문점의 가격을 내리거나 화장품 유통기한을 공개해 쇼핑몰 상품의 신뢰도를 높이는 등의 자정노력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초저가 화장품업체 대표는 “결국 화장품시장은 백화점ㆍ방문판매용 고가 라인과 초저가 화장품으로 양분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시장이 원하는 것이 어디 두 가지 가격의 화장품뿐일까. 하지만 그의 고언이 더 이상 먼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인 듯싶다. /생활산업부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입력시간 : 2004-05-1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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