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IMF "유로존 트리플딥 가능성 40%"…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

독일 8월 산업생산 5년래 최악… 유로존 침체, 최대 리스크 부상

뉴욕 주가 지수 1.5%이상 급락… 유럽·아시아증시도 동반 하락

WTI도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망령이 세계 경제까지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3대 경제축인 유로존의 침체로 경기하강 압력에 시달리는 중국은 물론 상대적으로 견고한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로존의 '트리플딥(3중침체)' 가능성이 40%에 달한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등 3대 주가지수는 모두 1.5% 이상 급락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8월 신규 구인 건수가 호조를 보이고 IMF가 미 성장률 전망치를 높였지만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투자가들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IMF는 미국의 성장률 예상치를 올해 2.2%, 내년 3.1%로 지난 7월보다 각각 0.5%포인트,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반면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3.3%, 3.8%로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IMF는 특히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0.8%, 내년 1.3%로 각각 0.3%포인트, 0.2%포인트 내렸다. 또 유로존 경제가 내년에 침체될 확률이 기존의 20%에서 40%로 2배 높아졌고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도 30%라고 경고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글로벌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유로존 정체 가능성"이라며 "유로존은 인플레이션 개선을 위해 국채매입, 인프라 지출 확대 등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유럽 경제대국인 독일의 8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4%나 줄면서 2009년 1월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인 1.5% 감소도 훨씬 웃돌았다. 살오펜하임그룹의 울리케 카스텐스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경제의 역동성이 정지되고 있다"며 "(올 2·4분기 0.2% 성장에서) 3·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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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경기침체 우려에 글로벌 금융 및 원자재 시장은 요동쳤다. 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7% 내린 배럴당 88.8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다. 8일 아시아 증시도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1.2% 떨어지는 등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가가 하락했다. 위험자산 가격은 하락한 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강해졌다. 7일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8.1bp 내린 2.340%를 기록했다. 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도 이달 초 110엔대에서 108엔대로 하락했다.

문제는 이 같은 디플레이션 위기 고조에도 유로존의 돌파 카드가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우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자산담보부증권(ABS) 등 민간자본이나 정크 등급인 그리스와 키프로스 채권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독일 등의 반대로 세부 계획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ECB가 양적완화 조치를 실시해도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는 비판 또한 거세다. ECB가 위험자산을 매입하면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로 부실대출이 늘면서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르겐 슈타르크 전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BS 매입으로 ECB가 측정 불가능할 정도의 리스크에 처하고 납세자들이 손실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나아가 드라기 총재의 유로화 약세유도 정책이 수출증가, 인플레이션 상승 등에 단기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뱅거대의 카르보 발베르디 이코노미스트는 "유로화 가치 하락은 수출에 도움이 되겠지만 역내 교역증가에는 효과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드라기 총재마저 "유럽 경제회복을 위해 통화정책과 더불어 구조개혁이 동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때문에 유로존 침체가 가뜩이나 취약한 글로벌 경제를 더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의 경우 해외 수요가 감소하고 달러화 강세가 가속화되면서 수출과 기업실적이 둔화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JP모건은 지난 두 달간 달러화 가치가 4% 급등하면서 내년 성장률이 0.3~0.4%포인트 감소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했다. 또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달러화 가치가 10% 오르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0.5% 줄어든다. 아울러 중국 역시 최대 수출국인 유로존 경제가 침체될 경우 정부 목표치인 '올해 7.5% 성장률 달성'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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