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사장단 인사] 조직안정에 무게 두되 성과주의 철저히… 이재용 체제 '터닦기'

교체 예상 신종균 사장에 과거성공 재연 중책 맡겨

김현석 TV·전영현 D램·이윤태 부품분야 공로 인정

실적부진 무선사업부엔 찬바람… 사장 3명 2선으로

위 사진 왼쪽부터 홍원표 사장, 박상진 사장, 조남성 사장, 윤용암 사장, 아래 사진 왼쪽부터 육현표 사장, 김재열 사장, 김석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으로 주도한 2015년 삼성 사장단 인사의 특징으로는 '조직 안정'과 '성과주의'를 꼽을 수 있다. 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를 이끄는 권오현·윤부근·신종균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대부분 계열사 사장을 유임시켰다. 불확실한 경기상황에서 대규모 물갈이 대신 안정적으로 조직을 다져 위기를 헤쳐나가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세계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김현석(TV), 전영현(반도체) 부사장은 각각 사장으로 승진하고 올해 실적이 급감한 무선사업부의 사장 3명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삼성 인사의 원칙인 '성과주의'가 적용된 결과로 분석된다.

◇조직 안정에 무게, 신종균 사장 재신임=이번 삼성 인사는 당초 이 부회장의 첫 인사라는 관점에서 새판 짜기에 나서며 교체 폭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사장 승진자 수는 지난 2008년(3명) 이후 가장 적었고 전체 규모도 예년(16~18명)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이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올해 삼성전자를 포함해 많은 회사의 경영실적이 부진해 승진 등 인사 폭이 예년보다 축소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 시장전망이 불투명하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5월 쓰러진 뒤 장기간 와병 중인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 속에서 내실을 다지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신종균 IT모바일(IM)부문 사장의 거취 문제는 재신임으로 결론이 났다. 신 사장은 스마트폰 경쟁 심화에 따른 IM부문 실적악화로 교체 후보로 거론됐지만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과거 자신이 이뤄낸 '갤럭시 신화'를 되살리는 중책을 맡았다. 이 전무는 "신 사장은 삼성전자가 세계 모바일 1등 회사로 오르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며 "새로운 도약을 시도할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실적만 보고 신 사장을 바꾸기보다는 과거 성공의 경험을 재연할 기회를 주겠다는 이 부회장의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여전히 스마트폰이 삼성전자의 가장 큰 먹거리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신 사장만 한 카드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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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지휘부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에 변화가 없었던 점도 조직 안정 차원으로 해석된다.

◇철저한 성과 보상, 무선사업부 문책=이번 인사에서도 성과에 대한 보상은 철저히 이뤄졌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삼성전자가 9년 연속 세계 TV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도 삼성전자가 세계 D램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공로를 세웠다. 삼성전기 신임 대표이사에 오른 이윤태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시스템LSI개발실장·LCD개발실장 등을 지내며 부품사업에 대한 폭넓은 안목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3명의 신임 사장 모두 자기 분야의 개발 전문가로 명성을 쌓아온 핵심 기술인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상영조 삼성비피화학 대표이사 부사장까지 포함하면 모두 1960~1961년생으로 1950년대생 위주인 삼성 사장단의 세대교체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진에 대한 문책도 있었다. 삼성전자 IM부문은 무선사업부의 이돈주 전략마케팅실장, 김재권 글로벌운영실장, 이철환 개발담당 사장이 한꺼번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찬바람이 몰아쳤다. IM부문은 사장급만 7명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3명이 2선으로 빠지면서 2~3일 뒤 이어질 임원 인사에서의 후폭풍을 예고했다. 이 전무는 "경영실적에 따른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을 지켰다"며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인물로 경영진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이 부회장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제대로 드러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3세 경영승계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우선 기존 체제를 유지해 안정을 찾은 뒤 내년 말 인사에서 본격적인 이재용식 인사가 펼쳐질 것으로 재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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