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

현대인 결혼 허울 벗겨내는 실감연기'바람부는 날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데뷔한 감독 겸 시인 유하의 두번째 영화인 '결혼은, 미친짓이다'(제작 싸이더스)는 이만교의 동명소설을 옮긴 것이다. 주말이면 전국의 예식장마다 펼쳐지는 낯익은 풍경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결혼의 허울을 주제로한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유하감독은 '결혼은 노, 연애는 예스'라는 가치관을 가진 남자 준영(감우성)와 결혼과 연애, 둘 다의 장점을 즐기겠다는 여자 연희(엄정화)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대가 바뀌고 있음에도 여전히 결혼은 환상이며 성스럽게 취급되고 있으나 결혼의 실제 내용은 물질적 거래"라는 원작의 의도를 실감나는 영상으로 충분히 소화했다. 유하ㆍ엄정화의 재기전과 연기생활 11년을 맞는 탤런트 감우성의 스크린데뷔전으로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보여진다. 신부 대기실에서 수다를 떠는 친구들, 혼주 부부에게 건네는 하객들의 판에 박은 덕담, 예식장 로비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꼬마들의 장난과 어머니들의 성화. 준영의 남동생 결혼식 장면은 결혼이란 제도가 얼마나 상투적인가를 암시한다. 영화는 준영의 감정을 나레이션으로 풀어간다. 이어 준영은 출석 체크 순서이기도 한 단체 가족 사진 촬영을 거부하고 친구가 다리를 놓아 준 여자와 맞선을 보러 나간다. 한겨레 신문을 몰아 쥐고 햄버거가게 앞에서 상대를 기다리는 그렇고 그런 맞선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된 그들의 만남은 3차까지 이어지고 결국 섹스를 나누는 포르노가 되고 만다. 그들의 대화. "전철 끊겼겠죠?" "심야버스도 끊겼을 거예요?" "어떡하죠?" "필름이나 끊기질 않길 바래야죠" "왜, 바래다 주시게요?" "그러죠. 근데.왔다갔다 택시비하면 여관비가 더 쌀 거 같은데요" ". 어차피 곯아떨어질게 뻔하니까. 택시타나 여관가나 마찬가지일 거 같긴하네요" 그 직후 그들은 포르노 뺨치는 몸짓으로 섹스를 나눈다. 결혼에서 추구하는 경제적 손익계산으로 돈 잘버는 의사와 결혼한 연희는 "난, 자신있어! 절대로 들키지 않을 자신!"이라며 준영에게 옥탑방을 얻어주어 가정에서 독립시킨 뒤 이곳을 불륜의 공간으로 만든다. 한주 걸러 주말마다 이뤄지는 준영과 연희의 만남은 '결혼은 '과 '미친짓이다'사이에 들어선 쉼표처럼 우여곡절이 있다. 여자는 연애만 허용하는 남자를 포기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지만 결혼했다고 남편만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위험하지만 짜릿한 연애는 그녀의 결혼뒤에도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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