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농업혁명이 질병시대 서막 열었다

■ 질병의 탄생

홍윤철 지음, 사이 펴냄


인류 역사상 오늘날과 같이 만성적인 질병이 만연한 시대도 없었다. 현대 사회의 기술적 진보 덕분에 질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놀라운 발전을 이뤄 21세기에 들어선 우리는 마치 질병과의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를 앞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닌 우리만의 착각이다. 도대체 이유가 뭐란 말인가.


'질병의 탄생'은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있다.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주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는 오늘날 현대인이 앓고 있는 수많은 질병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또 우리는 어떤 이유 때문에 과거 선조들보다 훨씬 더 질병에 잘 걸리는지를 수백만년 전의 수렵채집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기나긴 역사를 통해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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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말하면 '환경의 변화'와 '유전자의 적응' 사이에 나타나는 시간 차이 때문이다. 600만년전 최초 인류의 출현 이후 우리 인간은 줄곧 수렵채집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현생인류의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이런 수렵채집 생활에 맞게 적응해 왔다. 따라서 최근 1만년 동안 이뤄진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도를 따라 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유전자가 미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 개체는 건강성을 잃고 질병에 걸리게 된다. 인류 역사를 볼 때 '농업혁명'이 질병 시대의 서막을 열었고 '산업혁명'이 질병역사의 최대 분수령이 됐다. 최근의 질병 대유행 또한 현대인의 생활환경이 유전자와의 적응을 이루지 못하면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인류의 생활환경을 크게 변화시켜 질병을 탄생시킨 8가지 주요 환경요인을 다룬다. 먹거리, 기후변화, 햇빛, 오래달리기, 술, 담배, 산업혁명, 화석연료가 그것이다. 현대인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대표적인 질병 8가지인 전염병, 비만,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질환, 알레르기 질환, 암, 우울증 등을 살펴보면서 이러한 질병에는 어떠한 요인이 어떻게 작용하는 데 이유와 배경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접근하면 이러한 질병을 치유하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과 전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환경변화의 속도를 유전자가 적응할 수 있도록 늦춰야 가능하다. 지구라는 행성은 워낙 작고 지구환경은 상대적으로 밀폐된 것이어서 우리가 지구 환경에 주는 변화는 다시 우리의 건강과 생존환경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지구환경과 인류의 공존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야말로 인류의 지속적인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1만8,000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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