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 [이제는 경제다] 갈등해소는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의 과반 압승,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 한나라당과 민주당ㆍ자민련의 구세대층 쇠퇴. 17대 국회가 만든 우리 정치의 새로운 지형도이다. 말하자면 한국사회의 거버넌스가 바뀌었다는 얘기이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총선에서 승리한 후 “이번 국회는 제헌국회”라고 말했다. 총선결과에 따라 한국사회의 지배구조ㆍ주류가 바뀌었다는 의미에서 보면 ‘제헌국회’라는 말이 억지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은 광복 후 여야를 막론하고 일관되게 보수세력이 지배해왔다. 그러나 지난 98년 자민련과 제휴한 김대중정부의 등장으로 건국 후 최초의 여야간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개혁세력이 행정권력을 장악했다 . 그리고 노무현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국회는 여전히 민정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세력 이 장악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그동안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의 대립으로 늘긴장상태를 유지해왔다. 그 대립의 정점이 바로 4월 초에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이 약진하면서 이제 의회권력까 지 개혁세력이 장악, 우리 사회의 주류가 바뀌게 됐다. 변화는 개혁세력에 그치지 않는다. 한나라당 등 보수세력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최병렬 전 대표 체제 등으 로 상징할 수 있는 과거의 ‘구보수’와는 다른 ‘신보수, 합리적 보수’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총선 후 한나라당의 진로에 대해 ‘합리적 보수’ 정당을 지향하면서 상생의 정치를 펴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소장파인 권영세 의원은 “개혁적 보수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위해 고민해온 젊은 초선의원들이 17대 국회에 대거 입성한다”며 “이들과 연대해 박 대표의 청사진을 구체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치ㆍ경제ㆍ외교ㆍ대북관계 등에서 구보수와 다른 신보수가 새롭게 입장해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김균 고려대 교수는 “박세일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은 경제학자로서 네오클 래식(신고전주의)의 입장을 가진 실력 있는 학자”라며 “따라서 보수도 과거의 기득권에 기반한 보수가 아니라 진정한 시장주의자로서의 새로운 보수가 등장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변화된 세력이 모두 국회로 들어왔다는 점이다. 계층간 다툼의 무대가 이제 국회에 본격적으로 마련됐으니 말 그대로 상생의 정치가 발동할 여건이 충족된 셈이다. 그러나 경제계는 이러한 지배구조의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총선 후 지난16일 개장한 증시의 하락이 이를 시사한다. 증시의 한 관계자는 "총선 후증시상황이 2002년 말 대선 직후와 유사하다"며 "대주주들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면서 매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동 나라정책원 원장은 "가뜩이나 기업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환경에서 이번 총선결과는 기업 입장에서 정말 걱정스러운 상황"이라며 "여권이경제 부분에 있어 더 적극적으로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고 말했다. 반면 김균 교수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듯이 기업들도 변화된 상황 을 하나의 조건으로 수용해야 한다"며 "선진국들의 예가 이를 시사한다"고 말했다. 총선결과 각 정당에 대한 주문도 쇄도하고 있다. 이번에 열린우리당이 승리한 것은 그들이 제시한 정책이나 그동안의 성과에 근거한 것이 아닌 만큼 벌써부터 네티즌들은 "당신들이 잘해서 승리한 것이 아닌 만큼 오만하지 말고 잘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등 개혁세력으로서는 '여대야소'로 최고의 기회를 맞고 있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시험대'에 올려진 셈이다. 그동안은 '거대야당 때문에 할 수 없다'는 변명이 통했으나 이제는 모든 정책실패와 국정운영의 실책이 고스란히 자신들에게 돌아오게 된다. 한나라당 역시 변화하는 시대에 '신보수'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시험대에 섰다. '합리적 보수, 신보수'로서의 정체성과 국민적 동의를 얻느냐못 얻느냐에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 확립 여부가 달린 셈이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국민정당'으로 재탄생 할 수 있느냐의 시험대에 섰다. 민노당은 노동자ㆍ서민세력의 의회진출로갈등이 제도권 내로 수렴되면서 '거리투쟁'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재계는 미심쩍어하는 눈치다.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개혁세력의 손을 들어줬지만 정치권에 대한 주문은 '어려운 경제를 살려달라'는 것이다. 정치권 역시 이를 의식, 민생정 치와 민생경제에 주력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박 대표는 "경제살리기와 국민고통 최소화에 모든 목표를 맞추겠다"고 말했고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개혁의 절대적 기준은 국민의 요구"라며"지금은 민생경제를 살리라는 게 국민들의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변화를 선택한 국민들은 그 같은 변화가 자신들의 일상적인 경제생활까지 미치기를 기대하고 있다. / 안의식기자 miracle@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안의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