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국민은행 도쿄지점 거액 비자금 포착… 어윤대 등 전·현직 수뇌부 불똥튀나

부당 대출로 받은 수수료 수십억원 국내 송금 정황<br>다른 은행 해외 지점들도 여신관리 실태 집중 조사


국민은행 도쿄지점이 수년간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검찰과 금융감독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금 조성 시점이 2010~2013년 초이기 때문에 당시 수뇌부인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은 물론 당시 리스크담당 부행장이던 현 이건호 행장과 다른 고위층들에게까지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다른 은행 해외점포에서도 부당대출 수수료를 통한 비자금 조성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어 파장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국민은행 도쿄지점장이 부당대출을 해주며 거액의 수수료를 받았고 이 중 10억~20억원가량이 국내에 송금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서는 이 돈이 일부 경영진의 비자금으로 쓰였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의혹은 3월 일본 금융청이 자금세탁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일본 금융청은 2011년 야쿠자 관련자로 의심되는 한 일본여성이 일본우체국 계좌에서 국민은행 도쿄지점 계좌로 약 50억원을 이체한 과정을 조사했다. 일본여성은 돈의 출처를 상속자금이라고 설명했지만 금융청은 국민은행 도쿄지점장이 야쿠자의 자금 세탁을 눈감아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 도쿄지점장이 자신의 연봉보다 많은 돈을 국내에 송금한 점도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또한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한도를 초과해 대출해주기 위해 다른 사람이나 법인 명의로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기업의 해외법인을 통한 돈세탁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일본 금융청은 도쿄지점이 2008년부터 5년간 20개 이상의 우리나라 기업 현지법인에 대출 가능 한도를 초과해 최소 1,700억원 이상을 부당하게 대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금융당국도 국민은행 직원들이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를 숨기기 위해 대출자의 친인척 등 타인 명의로 서류를 꾸미고 담보 가치를 넘겨 대출한 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국민은행 본점의 내부통제는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도쿄지점에 두 차례 내부감사를 했지만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리스크 담당 부서 역시 대출에 대한 수차례 점검에도 불구하고 해당 문제를 잡아내지 않았다. 은행 관계자는 "지점장을 비롯해 직원들이 작심하고 숨기면 본점의 적은 감사 인력으로는 알아내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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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부에서는 알고도 묵인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한 직원 한 명의 횡령 등과 달리 수년간 지점 차원의 불법 행위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도쿄에 5번 이상 방문한 경영진은 해당 지점장을 승진 대상에 올렸고 사내 포상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불법 대출을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승진 대상자로 올린 것은 은행 조직의 총체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민은행은 현재 해당 지점장을 검찰에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대기발령 낸 상태다.

금감원은 10월 중순부터 진행 중인 국민은행 도쿄지점에 대한 검사가 마무리되면 제재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당시 경영진인 어 전 회장과 민 전 행장에게도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이라 경영진에 대한 제재수위를 말하기에 이르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 금융청은 국민은행 도쿄지점에 중징계를 가할 가능성이 높아 금감원의 제재수위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앞서 2006년 일본 금융청은 외환은행 도쿄지점과 오사카지점이 의심계좌에 대한 송금을 중단하자 위험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업정리를 내렸다. 금감원은 이를 문제 삼아 2010년 외환은행에 기관경고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사태가 확대되면서 금감원은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여신관리 실태를 조사하고 상시지표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국민은행ㆍ산업은행 등 11개 은행이 해외에서 운영 중인 현지법인과 지점은 145개다. 우리은행ㆍ신한은행의 도쿄지점은 CJ그룹의 차명 의심계좌를 개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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