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드러나는 강만수 기획재정 '경제운용' 밑그림

감세·규제완화 속도전 펼칠듯<br>물가 관리보다 경상수지에 무게중심<br>"재정 부담주는 부양책 안쓸것" 못박아<br>'6%성장' 위해 소비·투자 활성화 주력


경제 사령탑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운용 밑그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그는 MB노믹스를 실천하기 위해 규제완화ㆍ감세 등을 속도전 양상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올해 ‘6%에 가까운 성장률’ 달성을 위해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 다만 그는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의 기본 체력을 키워 장기 성장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또 외환위기의 기억이 워낙 강렬한 탓인지 물가보다는 경상수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게 눈에 띈다. 경제운용 방향에 대해서는 재정부의 주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감세ㆍ규제완화 속도전=강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경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실제 취임 전후 그의 발언과 재정부의 후속 대책은 감세와 규제완화에 집중돼 있다. 강 장관은 감세론자답게 이미 법인세ㆍ종합부동산세 등 기업 세금은 물론 직장인과 일부 자영업자에 대해 폭넓은 세금 인하를 공언하고 있다. 또 골프장의 재산세ㆍ개별소비세 인하 등 관광산업 등에 대한 감세안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거론된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한도제도 폐지 등 규제완화도 서두르고 있다. 일각의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는 “먼저 시행한 뒤 보완하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친화적인 속내도 감추지 않고 있다. 강 장관은 참여정부가 반대했던 차등의결권제도, 제3차 배정요건 완화 등 경영권 방어대책도 도입할 방침이다. 다만 그는 재벌친화적으로 비쳐지는 데는 경계하고 있다. 강 장관은 공기업 민영화 방안에 대해 “소유는 정부가 하되 경영만 민간에 위탁하는 싱가포르의 테마섹 방식이 재벌 특혜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소액서민대출은행 설립, 신용회복기금 설치 등 금융 소외계층을 적극 배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물가보다 경상수지를 더 중요시=강 장관은 경제성장ㆍ물가ㆍ경상수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어느 한쪽만 신경을 쓸 수 없는 만큼 모두 최적의 답을 찾아야 한다”며 피해갔다. 성장은 이명박 정부의 아이콘이고 물가는 서민생활과 직결돼 있어 함부로 버릴 수 없는 목표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야인 시절 펴낸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에서는 “정부는 대내와 대외 균형이 상충할 때는 비난을 무릅쓰고 대외균형을 선택해야 한다”며 “특히 경상수지가 감내하기 힘든 수준으로 악화될 때는 그렇다”고 강조했다. 물가보다 경상수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 셈이다. 실제 그는 최근 물가 관리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가려 할 수 없는 부분은 국민들에게 정직하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며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경상수지에 대한 집념은 환율정책을 둘러싼 한국은행과의 충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강 장관은 “물가를 중시하는 중앙은행은 원화 강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정책과 상치되는 측면이 있다”며 “좀더 종합적으로 상황을 분석하는 정부가 환율정책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부가 경제운용 컨트롤”=강 장관은 재정ㆍ통화ㆍ외환 등 거시경제 전반을 재정부가 더 강력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0년 만에 예산 기능을 손에 쥔데다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통해 경제장관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수단도 갖췄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을 포함하는 ‘거시경제정책협의회’를 구성해 거시경제정책 전반을 진두지휘할 방침이다. 강 장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담당하는 출총제, 금융위의 금산분리 등 다른 부처의 업무에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구나 한은의 고유 업무인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경제정책을 수행하는 정부와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해 한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업무 처리의 혼선과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강 장관은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과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적 염원, 예산 등의 칼자루를 무기로 밀어붙일 기세다.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잘 아는 사람' 중용… 아침형 인간
지금까지 나타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사 스타일은 "잘 아는 사람을 쓴다"는 것이다. 그는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이라는 회고록에서 재정경제원 차관 시절 '헌신적인 공무원'으로 김석동 당시 외화자금과장(전 재경부 차관), 최중경 금융협력과장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막대한 환율방어 비용의 책임을 지고 세계은행 상임이사로 좌천됐던 최중경씨는 재정부 1차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해서도 "능력을 갖춘 공무원"이라고 인사청문회 서면질의서에서 평가해 중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강 장관은 최근 국ㆍ과장급 인사에서도 김규옥 재정부 초대 대변인, 최상목 장관 비서관(부이사관) 등 인수위에서 호흡을 맞춰봤던 인사들을 등용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강 장관은 재경원 시절에도 부하직원들을 꼼꼼히 챙겼다"며 "신뢰하는 내 사람을 아끼지만 철저히 능력 중심의 인사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침형 인간'인 강 장관을 수장으로 맞은 재정부 관료들의 업무 스트레스도 커지고 있다. 강 장관은 오전4시45분 기상, 5시 교회 예배, 6시에는 테니스, 7시에는 집에 들어와 8시 다시 과천으로 출발해 업무를 챙기고 있다. 최중경ㆍ배국환 두 차관까지 취임 첫날 오전7시30분에 출근하면서 부하 공무원들의 출근시간도 앞당겨지고 있다. 공무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인 점심식사 풍경도 이제는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강 장관은 "우리끼리 (공무원들) 밥을 먹는 것은 시간낭비로 그 시간을 사람을 만나고 정보를 얻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 장관은 "미국의 고위직 공무원들도 아침 일찍 출근하고 토ㆍ일요일도 없이 일한다"며 주말 근무를 은근히 압박했다. 재정부에서는 '주5일제는 이제 옛말'이라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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