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이미 도입한 공기업들 "어쩌나"

[정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표준모델 발표 철회] "결코 좋은 제도 아니다"<br>재정부, 사실상 제동속 도입은 노사협약에 맡겨<br>33개 시행기관 '골머리



정부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표준모델 발표 계획을 철회하면서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기업들의 처지가 곤란해지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노사 간 자율협약에 맡기기로 하면서도 제도 자체가 옳지 않다는 모순된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33개 공공기관의 경우 이 제도를 유지해야 할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에 손을 대자니 노사 간 재협상이 부담스러우면서 대안이 없고 내버려 두자니 경영평가 및 기관장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관은 총 27곳. 이 가운데 재정부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정년연장형(정년을 늘리는 조건으로 정년 이전부터 임금을 조정) 도입기관은 11개다. 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해 한국거래소ㆍ자산관리공사(캠코)ㆍ신용보증기금ㆍ지역난방공사 등이다. 정부가 좋지 않은 제도라는 입장을 밝힌 이상 임금피크제를 안 하면 그만이지만 사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선 공공기관 주무부처인 재정부가 딱 부러진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정부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을 독려해왔는데 올 들어서는 청년실업을 부채질한다며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미 도입한 기관들에 대해서는 노사 간에 알아서 하라며 사실상 문제 해결에 손을 놔버렸다. 임금피크제를 이미 도입한 공기업, 특히 정년연장형을 선택한 곳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캠코ㆍ신보 등 일부 공기업들은 이미 임금피크제에 접어든 직원들도 있는데 이제 와서 제도를 바꾸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도입 당시에도 사내에서 반발이 거셌지만 정부가 요구한다는 이유로 결국 수용했다"며 "이제 와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이 철밥통을 끼고 있다고 손가락질 받는 것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고 딱히 내놓을 대안도 없는 상황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는 결코 좋은 제도가 아니다"라며 "고령화 대비를 위한 대책은 필요하지만 피크제 도입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가 임금피크제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설정한 데드라인은 지난해 9월이었다. 이후 계속 미뤄졌지만 한전의 임금피크제 시행 전까지는 표준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다. 결국 정부가 표준모델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은 기존 공공기관들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대체할 만한 옵션을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에 사실상 제동을 건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노동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사업자에 고용보험기금을 통한 보전수당을 지급할 정도로 독려하고 있는 한편 재정부는 임금피크제가 바람직하지 않는 제도라는 입장이어서 고용시장이 혼란에 빠지게 된 것. 당초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촉구한 이유가 민간기업의 모범이 되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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