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글로벌 리더] 정영환 AT커니 서울지사장

"내실성장 원동력은 현장감각"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인 AT커니는 지난 2월 일본인 전임 사장 후임으로 정영환(42) 부사장을 발탁했다. 일본인 대표로는 국내시장 공략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있었지만 정사장이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보여준 탁월한 실력이 크게 작용했다. 가장 대표적인 컨설팅 실적은 이탈리아의 항공기 제조공장을 착공하고 완성까지 주도면밀하게 처리한 것. "처음에는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던 공장 인근 마을 사람들이 막상 공장이 완성되자 일일이 찾아와 감사의 말을 전하더라구요. 그 공장 주춧돌에는 제 이름이 새겨졌죠. 시작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예술 창작품을 만들어 낸 것 같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AT커니가 그를 한국 리더로 선택한 배경이다. 글로벌 감각과 더불어 한국적 정서까지 두루 갖춘 그에게 거는 AT커니의 기대는 그래서 남다르다. "앞으로 얼마동안 AT커니의 한국 비즈니스를 맡을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진두지휘하는 동안은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생각입니다. 컨설턴트 수도 3~4년 내에 두배 이상 늘리고 국내 컨설턴트를 해외에 내보내 글로벌 감각도 높여줄 계획입니다." IMF 이후 국내 기업 대형 프로젝트가 일단락 돼 컨설팅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이 같은 계획은 다소 무모하다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많은 기대를 받는 만큼 확실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죠. 해외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지 1년반 밖에 안돼 인적 네트워크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보내는 사람도 있지만 국내 고문들이 워낙 유능해 부족한 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국내 시장에서 전략 컨설팅 부문은 성장 한계에 달했다고 평가한다. 이제는 중소기업 인수합병(M&A) 분야가 각광을 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AT커니는 인수합병 분야에서 특히 강점을 지니고 있다. 미국 엔론사태로 최근 전 세계 컨설팅 업계는 합병 분위기가 거세게 일고 있지만 AT커니는 이런 점에서 오히려 한발 앞선 상태. 본사의 경우 7년 전 미국의 시스템 통합(SI) 업체인 EDS와 합병해 구조조정을 끝냈다. 덕택에 최근 다른 컨설팅 업체가 구조조정의 시련을 겪고 있지만 AT커니는 다소 여유가 있다. 한국에서도 매년 40%가까운 외형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그는 CEO가 된 후에도 컨설팅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국내 지사장이 컨설팅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CEO는 항상 현장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외형 성장도 중요하지만 내실있는 성장의 원동력은 컨설턴트로서의 현장 감각이라고 봅니다. 고객을 직접 만나고 컨설팅 현장에도 참여하는 것은 이 같은 판단때문입니다." AT커니가 현재 심혈을 기울이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는 전 세계 시선이 집중된 자동차 관련 국내 대형 컨설팅. 매일 아침 8시께 시작되는 미팅은 오후까지 네 차례 이상 이어진다. 그가 맡은 부문은 M&A후 기업통합작업. 핵심사업 중심으로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일종의 참모역이다.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선망의 대상이 됐지만 화려한 것만 있지는 않다. 그는 "성공적인 작품이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지만 시장 변화 등 예상 밖의 변수로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며 "컨설턴트로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과 함께 변화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해 주는 것이야 말로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원포인트 스피치 그는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가장 먼저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믿는다. "물량이나 가격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국가는 물론 기업도 서비스와 브랜드로 승부를 해야 합니다." 자동차를 유난히 좋아하는 그는 브랜드 가치가 곧 상품가치라는 점을 자동차에 빗대 설명했다. "페라리를 구입하려면 어마어마한 비싼 값을 치러야 합니다. 하지만 수십년이 지나도 그 가치가 유지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코 비싼 값이 아닙니다. 제품의 브랜드 가치는 수 십년이 지나도 그대로 인정받기 때문이죠." 그는 국내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핵심역량에 자원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라이프 스토리 카네기멜론대학에서 로봇제어(Robotics Control)분야를 전공했으며 켈로그스쿨(Kellogg Graduate School)에서 경제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노드롭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92년 AT커니에 입사했다. 영국 런던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근무한 뒤 지난 2000년 AT커니 서울사무소 부사장을 거쳐 올 2월 지사장으로 발탁됐다. 홍병문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