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재계 이해·협력 분위기 고무적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의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간담회 이후 정부와 재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일단 고무적이다. 재계는 투자확대를 구체화하고 있으며 그 동안 재계의 원성이 높았던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업인들을 만나 어려움 호소에 귀를 기울이며 규제를 일부 완화하기로 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재계가 그 동안의 껄끄러운 관계에서 벗어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시장의 불안심리 해소와 경제회복 시기를 앞당기는데 기여할 것이다. 삼성ㆍLGㆍSKㆍ현대자동차 등 4대그룹은 청와대 회동 후속조치를 지난 27일 일제히 발표했다. 투자와 인력채용을 크게 늘리며 협력업체 지원을 강화하고 사회공헌활동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4대그룹의 투자규모는 올해 39조원, 앞으로 3년간 132조원에 이른다.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우리경제가 회생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부에선 이 같은 투자계획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각 그룹별로 사정이 다를 텐데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날 일제히 발표하니까 마지못해 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미 발표했던 것을 재탕하거나 무리한 내용도 들어있는 등 실행 가능성에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업들의 투자노력을 평가하는데 인색할 필요는 없다. 프로젝트별 투자규모와 일정을 밝히는 등 종전과 달리 보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계획을 제시한 것은 진일보한 것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구본무 LG회장을 만난 후 대기업 금융계열사의 계열사지분 의결권 축소 규제를 완화하고 지주회사의 타회사 지분 5%이하 제한 등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기업들의 투자계획 발표와 맞물려 그 의미가 적지않다. 강 위원장은 구 회장을 만난 후 이 같은 방침을 밝히면서 지주회사 관련규정에 대한 구 회장의 문제제기에 일리가 있다며 개선검토를 시사하는 등 재계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공정위와 재계가 첨예하게 공방을 벌이며 감정싸움까지 벌였던 대기업 정책에 대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으로 대화하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앞으로 삼성ㆍSK 등 다른 그룹의 총수들도 만날 예정인데 이를 통해 재계는 정부정책의 방향과 의도를, 정부는 기업의 애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등 상호이해와 협력의 폭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가 가속화 될 것이다. 경제난 해소의 지름길은 투자 확대이고 이를 위해서는 모처럼 조성된 정부와 재계의 이해 및 협력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 여기다 노동계의 고통분담 등 경제회생 노력도 필요하다. 곧 있을 노사정 대토론회에서 대타협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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