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1센트'도 아쉬운 기업들

‘디지털TV의 포장 박스를 1㎝라도 줄여라.’ 요즘 LG전자 구미공장 직원들에게 떨어진 새로운 특명이다. 해외로 TV를 수출하다 보면 컨테이너 등에 선적해야 되는데 박스 부피를 줄이면 컨테이너에 제품을 하나라도 더 싣게 되고 그만큼 물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최근 모든 사업장에서 1센트를 아끼자는 취지의 ‘숨은 로스(Loss) 찾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판매 가격은 떨어지고 환율 여건마저 나빠져 원가 절감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LCD 총괄 부문의 경우 과거 IMF 위기 당시에 유행했던 내 컵 갖기 운동, 복사용지 50% 절감, 한등 끄기 등의 절약 운동이 일상화되고 있다. 환율 하락과 고유가 등 잇따른 대외 환경 악화로 ‘메이드 코리아’ 제품의 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기업들마다 온통 비상이 걸렸다. 일부 중소기업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환율 하락 직격탄은 이제 대기업 현장에까지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한때 잘나가던 휴대폰 업체 VK가 판매 부진을 견디다 못해 결국 부도를 내고만 사태를 남의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일선 산업 현장을 다녀보니 하반기를 맞아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투혼을 불사르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1달러도 아닌 단돈 1센트라도 아껴보겠다는 움직임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가 하면 노조가 회사의 어려움을 끌어안는 아름다운 모습도 눈길을 끌고 있다. LG전자 구미공장에서 만난 한 임원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는 겁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후반전(하반기)이 있지 않습니까”라며 “전직원들이 신발 끈을 조이고 다시 한번 뛰어보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상반기 중 검찰 수사와 전방위 세무조사, 반기업 정서 등으로 경영 외적 상황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환율이나 가격 유지 등 직접적인 경영 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남은 후반전에는 경쟁력 회복을 위해 열심히 뛸 수 있도록 월드컵처럼 정부와 국민들이 한목소리로 ‘기업전사’들을 응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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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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