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군포 당정동공단 대성기전] '따뜻한 추석' 되찾았다

그러나 이 회사 직원들은 올 추석을 어느 대기업 직원 못지않게 즐겁고 자신있게 맞았다.지난해는 생각지도 못했던 상여금을 받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거리가 늘어난데다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월급을 주지 못해 자살하는 중소업체 사장의 마음을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명절을 맞은 직원들에게 상여금은 커녕 월급도 못 주는 심정을 당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릅니다.』 권혁규(權赫珪·42) 사장은 지난해 추석 때는 정말 암담했었다고 한다. 주머니가 가볍다는 것보다 희망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아팠다. 일거리가 없어 추석이 지나고 새 달이 와도 나아질 것이 없다는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 회사 직원들 가운데 고향이 지방인 사람은 10명. 지난해 추석 때는 겨우 3명만 고향을 다녀왔을 뿐이다. 충북 괴산이 고향인 임성택씨는 집에 다녀왔지만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상여금은 커녕 월급도 받지 못한데다 일거리가 없어 언제 새 직장을 구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환갑을 넘긴 김문옥(62)씨도 자녀들 보기가 민망했다. 자녀들에게 『힘있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그에게 「IMF와 추석」은 어울릴 수 없는 관계였다. 그러나 올 추석에는 모두 고향에 간다. 100% 상여금으로 마련한 선물을 갖고. 지난해 추석 때 집에서 한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던 權사장도 고속도로가 너무 막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고민을 하며 귀향길에 올랐다. 대성기 전직원들의 따듯한 추석은 그냥 오지 않았다. IMF체제가 시작된 직후 이 회사는 공장 가동률이 50% 이하로 뚝 떨어졌다. 1억원대이던 월매출은 3,000만~4,000만원선에 머물렀다. 납품대금으로 받은 어음은 휴지조각으로 변해 매출액과 부도난 어음액수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가동전도체기술 등 특허와 실용신안도 갖고 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언제 문을 닫을지 몰랐지만 權사장은 『얼마 되지도 않는 식구중에 한 명도 그만두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급여의 15%를 반납했고 장갑 하나까지 아껴썼다. 기름은 물론 간식비용까지 줄였다. 일이 없으면 기계를 손보거나 청소라도 했다. 이병덕 과장은 『정확한 수요예측을 통해 원자재 재고를 줄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어렵게 회사를 꾸려가는 동안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서 지난 3월부터 일거리가 쏟아지지 시작했다. 6월부터는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작업을 해도 부족해 이틀에 한번씩 야근을 할 정도로 주문이 몰려들었다. 지난 일요일에도 전직원이 출근을 했다. 그래서 추석연휴 후에는 3년 만에 처음으로 사원들을 더 채용할 예정이다. 權사장과 직원들은 『단합하고 투자만 이뤄지면 회사성장은 금방이라는 믿음을 지난 1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확실하게 갖게됐다』며 『올해보다 내년, 내후년 추석은 더욱 따뜻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은우기자LIBR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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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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