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2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 피츠버그에서는 지난 20일 300여명의 시위대가 G20 정상회의를 반대하며 거리를 행진했다. 한마디로 이번 G20 정상회의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다. "일자리는 권리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선 이들은 세계 각국의 '일자리 창출 없는'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24일 회의를 방해하는 시위를 다시 열겠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등 전세계 주요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출구전략'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각국이 정책공조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글로벌 경제가 회생의 길을 열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다면 최악의 경우 다시 위기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변곡점이다.
최근 세계경제는 (각국의 공조에 힘입어)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이제 막 벗어나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1주년을 맞은 15일 브루킹스연구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기술적 관점에서 경기 침체는 거의 끝난 것 같다"고 진단했고 자넷 옐런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도 "미국의 경기 후퇴는 여름에 끝났을 것 같다"고 밝혔지만 거시 흐름이 그렇다는 것일 뿐 여전히 개인 신용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날 조짐이라지만 한켠에서는 상업빌딩 부실이 슬금슬금 커지고 있다.
이번 G20회의가 주목 받는 이유도 희망적인 시그널 속에 불안의 씨앗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들은 이번 회의를 앞두고 등장한 시위대에 대해 "회의 방해세력들이 구태의연한 생떼쓰기를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뚜렷한 대안도 없이 G20 정상회의를 방해하겠다고 나서는 시위대의 행위 자체가 어찌 보면 철부지들의 생떼로 읽힐 수 있다.
양지에서는 세상이 따뜻해졌다며 볕을 즐기는 동안에도 음지에서는 여전히 추위를 이겨보려고 팔 다리를 비비는 것이 세상사.
글로벌 금융위기의 풍파 속에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종언'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미국의 경우 지난달 실업률이 9.7%로 26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고 연내 10%를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또한 일본은 7월 실업률이 5.7%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중국 역시 일자리 부족으로 사회소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할 정도로 실업률이 심각한 상황이다.
20일 피츠버그 시위현장에 있던 '초대받지 않은 손님' 세라 밴위크(27)는 "우리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 있지만 사람들은 거리에서 집도 없이 살고 있다"며 울먹였다.
생각해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 일하지만 평균임금은 최하위권에 있으며 소득격차는 세계 최고수준인 우리나라에도 그런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적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