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서경 금융전략포럼] '덧칠 규제' 없애고 기술평가시스템 구축… 한국판 블랙록 키울것

■ 신제윤 금융위원장 기조강연

건전성, 수학적으로 접근… 더욱 촘촘하게 감시하고

영업은 심리학적으로 접근… 과감하게 규제 완화 추진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17일 '제6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금융의 신뢰 회복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건전성 규제는 수학자처럼 촘촘히 살피겠지만 영업활동 규제는 심리학자 역할을 맡아 과감하게 풀겠습니다."

17일 열린 제6회 서경금융전략포럼에서 '금융의 신뢰 회복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의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이날 강연을 위해 총 29쪽에 달하는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공들여 준비해 왔다. 여기에는 국내 금융산업이 처한 현실부터 앞으로 당국이 그리는 우리 금융산업 발전의 밑그림까지 매우 압축적으로 담겨 있었다.

신 위원장은 금융질서를 어지럽히는 비정상적인 행위들을 바로잡는 한편 자본시장 규제 완화와 기술평가시스템 구축, 금융전업가 육성을 통해 우리 금융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 분야 신뢰 회복과 규제 완화 상충되는 개념 아니다=신 위원장은 카드사들의 개인정보 유출 등 잇따른 금융사고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우리 금융산업이 구조적인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조사에서 창피하게도 국민들의 17.2%만 우리 금융을 신뢰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저를 포함한 금융 종사자들이 크게 반성하고 통찰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이 보는 우리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정말 녹록지 않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와 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 구조적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고 무엇보다 미래를 향한 금융의 경쟁력 강화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우리 금융산업의 정확한 현주소다.


신 위원장은 이에 따라 신뢰 회복에 바탕을 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신뢰 회복과 규제 완화는 충돌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전혀 충돌되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신뢰 회복에 바탕을 두고 경쟁력이 강화돼야 금융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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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위원장은 먼저 금융의 신뢰 회복을 위해 "깨진 유리창을 확실히 갈아 끼우고 가겠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이 인용한 '깨진 유리창 이론'은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보다 심각한 범죄 발생의 원인이 된다(제임스 윌슨, 조지 켈링)'는 뜻을 담고 있다. 신 위원장은 "감독 당국은 기존에 문제가 있었던 부분을 다 털고 가려고 한다"며 "그 과정에서 금융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인식도 생길 수 있지만 이번 기회에 다 털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민간 금융회사들의 혁신도 강조했다. "금융사고 방지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제도를 만들기보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이 부분에 얼마나 투자하고 시간을 할애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는 신 위원장이 강연 무대 바로 앞에 앉아 있던 금융회사 CEO들에게 직접 던진 주문이다.

앞으로의 금융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 부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동시에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건전성이나 소비자와 관련된 부분은 더 촘촘하게 규제를 하겠지만 영업활동 부분은 큰 원칙만 정해서 경영진이 탄력성을 가질 수 있도록 칸막이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그림이 엇갈려 그려진 터키의 사원까지 인용하면서 '덧칠 규제'를 확실히 없애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신 위원장은 "지난 정부에서도 많은 규제 완화가 있었지만 규제가 덧칠돼 있다 보니 한 꺼풀을 벗겨도 규제가 남아 있게 된다"며 "이번에는 그런 차원에서 규제 위에 덧칠된 규제, 법령규제 말고 숨은 규제를 반드시 찾아내 강력하게 (완화를)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판 '블랙록' 키우고 기술평가시스템 구축=신 위원장은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급한 과제로 자본시장 활성화와 이에 따른 금융전업가 육성, 기술평가시스템 구축을 꼽았다.

그는 "자본시장 활성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고령화에 따라 100세 시대가 다가오는 가운데 국민들에게 자본 증식의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그는 세계 유수의 플레이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실력 있는 금융전업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이 이날 강연에서 언급한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모범 사례다. 그는 "지난 1988년에 직원 8명으로 시작한 블랙록은 현재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4배에 가까운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며 "설립 시점 등을 보면 우리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신 위원장은 가계대출에서 구축된 CB(신용평가)와 같은 신용평가시스템을 기술 부분에서도 서둘러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창업 및 벤처 활성화와 중소기업 발전의 인프라로서 금융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정보는 이미 여러 곳에 나와 있지만 거기에 경제적인 평가와 사회적인 평가까지 덧붙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그것에 근간해 기술에 대해 신용을 평가하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이라며 "올 상반기까지 기술평가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이 같은 기술평가시스템이 구축되면 올 하반기에는 기술금융 부문에서 중소기업에 약 100조원의 자금이 지원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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