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이것으로 1승1패

제8보(101~130)


백6이 놓인 시점에서 하변의 흑은 확실히 절명했다. 장쉬는 흑7로 나오면서 마지막 희망을 상변 경영에 걸어본다. 백22까지는 이런 정도. 흑23으로 좌하귀를 한 수 단속하면 그 방면을 확보할 수 있지만 상변이 깨지면 어차피 흑이 진다. 그래서 흑23으로 상변의 품을 최대한으로 부풀려본 것인데…. 백24로 모는 수에 응수가 막막하다. 참고도의 흑1로 나오면 백2의 마늘모가 묘착이다. 흑은 3에서 9까지로 버티는 정도인데 백10을 당하면 흑의 집이 대폭 줄어들게 되므로 계가바둑을 기대해볼 수가 없다. “이 시점에 와서는 이미 승부는 물 건너간 셈입니다.” 김만수의 총평이다. 둘 데가 없어서 25로 상변을 틀어막았으나 백26으로 따내는 수마저 선수가 되고 좌하귀까지 백이 선착하게 되었다. 실전은 50여 수를 더 두었고 백이 우상귀에 침입하여 사는 데까지 진행되었으나 종반의 수순은 생략한다. “이것으로 창호형은 1년 전에 당한 수모의 앙갚음을 멋지게 했습니다. 장쉬는 아마 오늘의 이 바둑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김만수의 말. 이창호의 기풍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다. 여간해서는 대마사냥에 나서지 않는 그가 오늘은 일직선으로 사냥에 나섰고 깨끗하게 성공을 거두었다. 사실은 중도에 장쉬가 타협적인 방식으로 변신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기세를 중시하는 장쉬가 가장 강경한 길을 택했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죽음으로 끝났다. 오키나와에서 이 판을 지고 도쿄로 돌아간 장쉬를 신혼의 아내 고바야시 이즈미가 반갑게 맞이하며 한 말. “이것으로 1승1패네요.” 130수이하줄임 백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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