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김 추기경 비판론자에 발끈
"여러분은 김 추기경만큼 살 자신 있는가" 격앙
한국아이닷컴 뉴스부 reporter@hankooki.com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진보진영 일부의 고 김수환 추기경 비판 여론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진 교수는 19일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이른바 비판에 대하여'란 제목의 글을 올려 "비판은 심심해서 하는 게 아니다. 거기에는 화용론적 맥락이 있어야 한다"며 "추기경이 살아계셨을 당시 뭔가 잘못된 언행을 했다면, 그때 비판을 했어야 한다"고 일부 추기경 비판론자에게 일침을 놓았다.
진 교수는 "도대체 김 추기경이 무슨 잘못을 그렇게 많이 해서 추모를 해야 할 시기에 비판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느냐"며 운을 뗀 뒤 "70, 80년대 그 엄혹한 시절, 박정희한테 짓밟힐 때, 전두환한테 짓밟힐 때, 그나마 우리에게 보호막이 되어준 것이 김 추기경과 카톨릭 교회 아니었나"라고 따졌다.
그는 또 "명동 성당에서 정부 비판하는 마당극 하고 나서 신부님들이 보호해주는 가운데 두 줄로 늘어선 형사들 사이를 빠져나오던 기억이 난다. 거기에 대한 감사를 벌써 잊어야 하나? 배은망덕도 유분수지"라고 자신의 경험을 들추어내며 김 추기경의 삶을 비난하는 일부 진보진영을 힐난했다.
진 교수는 "자신들의 이념에 100% 들어맞지 않는다고 한 사람의 인생을 가볍게 취급하는 것이 소름끼친다"며 "영혼저울의 한쪽에 허접한 이념 서적 몇 권 읽고 형성된 머리와 입을, 다른 한쪽에는 김 추기경이 몸으로 살아온 인생을 올려놓는다면,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웬만큼 머리가 안 도는 사람도 알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당신 인물은 얼마나 잘났느냐. 여러분은 김 추기경만큼 살 자신이 있느냐"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추기경 비판론자들을 비난했다.
진 교수는 대학시절 설익은 이념으로 고 제정구 의원을 비판했는데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면서 "철 들고 나서 얼마나 미안하던지. 다시 만나면 꼭 사과를 드리려고 했는데, 그만 돌아가셨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죽고 나서 행여 다시 뵙게 되면, 꼭 사과를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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