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피플 인 이슈] 마리오 드라기 차기 ECB 총재

회원국 압도적 지지… 흔들리는 유로존 구세주 되나<br>세계銀 이사·伊 재무장관등 경력 화려<br>재정위기·인플레 극복 적임자 기대속<br>"독일 하수인 될것" 부정적 전망도 고개



"학계· 정계· 시장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로존에 돌파구를 마련할 유럽중앙은행 총재(ECB) 최적임자" -가디언 "그는 이탈리아인이지만 이탈리아 국적을 내세우지 않는다. 자국 이해관계만 앞세워 유로존을 흔드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 파이낸셜타임스(FT) 지난 16일 유로존 재무장관들로부터 만장일치로 ECB 총재로 추대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유로존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오는 6월 유럽의회의 최종 승인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그는 이미 장 클로드 트리셰 현 ECB 총재보다 행보를 넓히며 오는 10월 취임식만 학수고대 하고 있다. 유로존이 쌍수를 들고 그를 환영하는 이유는 그가 채무위기와 인플레이션 등 잇단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로존의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과거 경력과 업무 추진 능력은 이런 기대에 더욱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세계은행 이사직과 골드만삭스 부회장을 지냈으며 이탈리아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직까지 맡았다. 2006년에는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을 맡으며 글로벌 금융안정망 구축에도 힘썼다. 여기에 재무부 장관 시절 공공지출 삭감과 통신· 금융 부문 민영화를 주도해 이탈리아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슈퍼 마리오'란 별명까지 얻었다. 유럽 언론들은 일찌감치 그가 ECB 총재로서 탁월한 업무 수행 능력을 발휘해 유로존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그가 골드만삭스 근무 시절 그리스 채무 위기를 조장한 전력이 있는데다 유로존의 맹주인 독일 눈치를 보느라 급급할 것이란 의견도 있어 동전의 양면처럼 부정적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 유럽재정위기 구원투수 될까= 당장 드라기 총재 발등에 떨어진 불은 유로존의 채무위기를 어떻게 진화하느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드라기 총재가 유로존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정 감시와 규제 강화를 정책 뼈대로 삼되 재정위기로 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지원의 끈도 놓지 않으면서 금융시장 안정에 전력을 다하고 위기에 철저히 대비한다는 것이다. WSJ은 "드라기 총재는 엄격한 재정정책을 추진하고 유로존 회원국에 대한 예산규정 감시를 강화함과 동시에 ECB 차원에서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도 지속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고 진단한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드라기 총재는 트리셰 총재보다 그리스 채무재조정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이라며 "채무재조정처럼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방법은 아니더라도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채무만기연장(리프로파일링) 조치는 적극 검토해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 면모 기대= 드라기 총재 앞에 던져진 또 다른 고민거리는 인플레이션이다. 유로존 지도자 들이 드라기 총재 지지에 앞서 가장 집요하게 질문을 던진 항목도 그가 인플레이션 방어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냐는 점이었다.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째 목표치인 2%를 웃돌며 3% 수준까지 접근해 시장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에 유독 민감한 독일의 대중지 빌트는 지난 달 "이탈리아인들과 인플레이션은 토마토 소스와 스파게티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라는 헤드라인을 뽑아 드라기 총재를 노골적으로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유럽 언론들은 그가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면모를 과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금융기업과 중앙은행에 몸담았던 드라기 총재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매파에 속하는 인물"이라며 "스스로 ECB의 목표인 '물가 안정' 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공헌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국 이탈리아 경제의 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지난 달 ECB가 2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드라기 총재는 전임자 트리셰의 뒤를 이어 금리 인상이라는 정책 연속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가 인플레이션 억제에만 골몰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가디언은 "그는 실용주의자로 스태그내이션(stagnation)과 같은 경기 침체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못지않게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 하수인? 모럴 해저드 지적도 =이렇듯 드라기 총재를 향해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유로존의 맏형 격인 독일에 마냥 끌려 다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로존 금융정책을 집행하려면 사실상 독일의 승인이 떨어져야 하는데 독일의 눈치를 보느라 제 목소리를 못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FT는 독일이 꺼려하는 구제금융 기금확충에 드라기 총재가 예상외로 쉽게 협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에 대한 모럴 해저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골드만삭스 이사로 재직할 당시 각종 파생상품을 통한 무리한 차입으로 그리스의 자금 조달을 도와 그리스 재정위기의 '땔감'을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의 재직 기간인 지난 2002년 골드만삭스가 그리스 정부와 통화 스왑 계약을 맺으면서 분식회계로 그리스의 채무 장부를 조작한 후 자금 조달 대가로 3억달러 가량의 수수료를 챙겼다는 것이다. 시몬 존슨 MIT 공과대학교수는 "그리스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이 그리스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일부 시장 관계자는 드라기 총재가 과연 유로존 재정위기 문제를 투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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