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물가 안정기조 흔들린다/경제난 돌파정책이 되레 ‘부담’

◎금융시장 안정대책·외환위기 처방에 위협받아/여 내년 예산증가율 상향요구… 심리적 영향도경제난의 후유증으로 그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가 흔들리고 있다. 물가는 올들어 지금까지 지표상으로 안정세를 보여왔다. 연초이후 매월 월중 물가상승폭이 꾸준히 낮아졌고 수입개방 확대, 할인점의 가격파괴 확대,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과 소비구조 변화등으로 구조적 안정기에 돌입했다는 성급한 진단마저 나왔다. 그러나 부실금융기관 처리, 외환위기 대처, 재정결손 보전등 경제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각종 처방 속에 물가에 큰 부담을 주는 내용이 불가피하게 포함되면서 전반적인 물가안정 기조가 내부 여건상 위협받는 분위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또 내년도 예산증가율을 5∼6%선에서 긴축 편성키로 한 정부방침에 반발하는 여당이 국채발행, 증세 등을 통해서라도 예산증가율을 상향조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선거를 전후한 물가안정 심리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발표된 각종 시책을 보면 물가안정 추세에 찬물을 끼얹는 사례가 적지않게 발견된다. 먼저 당면 현안으로 부각중인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내용상 돈을 풀어막는 방법이라는 게 문제다. 부실금융기관 지원을 위해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제일은행과 종금사에 대해 수조원가량의 특융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성업공사에도 2조원을 대출할 계획이다. 수출이 안돼 부족한 달러를 메우기 위해 자본시장 개방폭을 늘리기로 했으므로 80억∼85억달러나 추가 유입될 예정이다. 우리 돈으로 따져 7조∼8조원이 시중에 풀리는 결과다. 줄잡아 십수조원이 시중에 돌아다닐 경우 물가에 주름을 줄 것은 분명하다. 올해 경제운용의 최우선과제로 꼽히던 물가안정이 금융시장 안정이란 당면 현안에 밀려 자리를 내 준 셈이다. 또 사회간접자본투자, 교육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경유에 대한 교통세율인상이 예정돼 있고 교육세율 인상도 검토되고 있다. 경유에 대한 세율인상은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버스등 대중교통요금 원가의 압박요인이 된다. 또 대체재인 등유에 대한 세율인상이 불가피해지면 올 겨울 각 서민가정의 연료비 부담도 늘어난다. 교육세의 경우 가전제품, 자동차 등 사실상 생필품화된 내구소비재와 설탕, 커피등 소비재의 가격 인상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원·달러환율도 지난해말(8백44원20전)보다 6%이상(9백원기준) 올랐다. 대충 따져도 1백원에 수입하던 물품을 1백6원이상 주고 사와야 한다는 의미다. 원화환율 상승은 에너지가격과 공산품가격의 인상요인으로 작용, 지속적으로 물가에 부담을 준다. 또 내달부터 의보수가가 평균 9% 인상되는 등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던 정부가 「수익자부담」원칙을 내세우며 공공요금 인상에 느슨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상당부문 물가결정권을 이양받은 지방정부도 세입확보 차원에서 요금 현실화를 선호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물건이 팔리지 않은 덕분에 그럭저럭 물가가 안정되고 있지만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휴화산처럼 연쇄상승할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 물가불안이 현실화될 경우 올해 우리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 성장을 놓친데 이어 3마리 토끼를 모두 잡지 못하는 처지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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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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