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금융공공기관 예산이 올해 대비 평균 5%가량 삭감된다. 지난 11일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신규채용이 줄어들고 경영성적이 좋은 기관에도 무조건적인 긴축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2014년도 금융공공기관 예산안을 발표했다.
안을 보면 올해 4조1,000억원이었던 금융공공기관 예산은 내년에 3조9,000억원으로 평균 5.1% 줄어든다. 이번 안에는 금융감독원과 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정책금융공사·주택금융공사·자산관리공사·예금보험공사·수출입은행 등 8개 기관이 포함된다.
문제는 신규채용이다. 인건비는 평균 2.4% 증가하지만 인력 증원은 최소화되고 신규채용 규모도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해 400명 정도의 신입직원을 뽑았던 기업은행은 내년에 200명밖에 못 뽑는다. 통합이 예정돼 있는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도 신규채용이 극소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금융위는 두 기관은 내년에 신규채용 없이 정원 동결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가 부랴부랴 신규채용 규모는 두 기관이 결정한다고 말을 바꿨다.
동양 사태와 잇단 은행권 사고로 인력 수요가 많은 금감원도 인건비가 8억원 줄고 신규인력 증대로 쓰일 수 있는 예비비는 20억원이나 깎였다.
금융공공기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자리의 질이 좋은 금융공공기관이 신입직원을 많이 뽑아야 하는데 거꾸로 간다"고 했다.
모든 기관의 임원 연봉도 삭감 내지 동결되고 직원은 인상률이 최소화(1.7%)된다. 직원이라도 최고직급이라면 동결이다. 기관별로 실적이나 업무 성격이 다름에도 앞뒤 재지 않고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대출금리와 수수료 인하에도 최대 1조원가량의 당기순이익이 예상된다. 산은은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지만 STX 같은 대기업 구조조정에 나섰던 탓에 임직원들은 일만 하고 급여는 깎이는 꼴이 됐다.
업무추진비도 기재부의 지침(10% 삭감)보다 과도하게 줄었는데 정책금융 개편에서 금융 당국에 반기를 들었던 정책금융공사는 업무추진비가 무려 37.2%(1억8,000만원)나 줄었다. 금감원도 업무추진비가 20%(5억원) 줄었고 회의·행사비도 6억원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공공기관을 경영성과별로 그룹 짓고 예산이나 인력 편성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기관 실적 등에 따라 그룹을 나누고 그에 따른 예산과 인력을 쓰게 해줘야지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모든 인력 예산과 사업 예산을 원점에서 검토해 불요불급한 예산은 최대한 억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