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금리 유지냐" "인하냐" 고민하는 그린스펀

"금리 더 내려 경기부양" 공감대속 일부선 "거품조장" 반대"경기 부양이냐 안정이냐" 미 경제가 침체와 거품의 기로에 서게 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를 자극하기 위해 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할 지, 또 한차례의 거품 재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경기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할 지를 두고 경제 전문가들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음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는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를 더 끌어내리는 것이 아직까지 미국 경제에 남아 있는 거품 경기의 불씨를 되살려내고 가계 부채 증대를 부추기는 등의 부작용을 몰고 올 것이라며 제동을 걸고 있는 것. 이처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자, 오는 2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FRB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진 것은 물론 투자자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현재 미 연방기금금리는 4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인 1.75%.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두터웠던 올 초만 해도 FRB가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강력히 제기됐으나,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지난달 이래 금리 추가 인하설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FRB의 벤 베르난케 이사는 최근 FRB가 미국의 "경기 둔화에 적절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전 FRB 이사인 웨인 안젤도 향후 미 실업률이 다시 6%대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오는 11월의 FOMC에서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내 미 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달 30일 금융당국 간부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와이오밍주 (州) 잭슨 홀에서 가진 연방준비제도(FED) 연례 심포지엄에서 "금리 인상을 통해 증시에 통제를 가했다면 거품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개념은 환상에 가깝다"며 금융 당국이 거품을 잡으려고 미리 금리를 조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금융 당국이 거품을 터뜨리려고 해서는 안되겠지만, 일단 거품이 붕괴된 후에는 공격적으로 금리를 낮춰 경제가 입는 타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린스펀식 금리정책의 주축이 되고 있다는 것. 초저금리 정책을 펴고 있는 일본에서 한때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강도높게 제기됐지만,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쳐 지금은 디플레이션에 시달리게 됐다는 점도 추가 금리 인하론의 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금리 인하에 완강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이 경계하는 가장 큰 위험요인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 그린스펀 의장의 후계자로 물망에 올라 있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마틴 펠드스타인은 최근 미국의 일부 대도시 부동산 가격이 20% 이상 폭등하는 등 거품 재연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경기 안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윌리엄 풀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도 미 경제가 이중 침체(더블 딥)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더 이상 금리를 낮출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1.75%라는 현행 금리 수준이 이미 경기 부양을 위해 충분할 만큼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이들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모건스탠리 도쿄지점의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펠드만도 FRB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미 경제가 거품기의 잔재를 말끔히 거둬내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경기 부양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앞세우고 있다. 금리가 더 낮아지면 가뜩이나 문제시되고 있는 가계 부채를 한층 부풀리고, 이로 인해 앞으로 수 년에 걸쳐 성장의 발목이 잡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금리 인하를 둘러싼 '내리느냐 마느냐'의 설전 속에서 FRB의 고민은 갈수록 커지져가 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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