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윤재 수뢰연루 의혹등 궁지 몰린 盧대통령

반전 돌파구, 외치서 찾을듯


노무현 대통령에게 무(無)게이트를 기본으로 한‘도덕성’은 정권 유지의 기본 뿌리였다. 여기에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업무 강도와 끊임없는 어젠다 발굴은 청와대의 또 다른 상징물이었다. 지난 5월8일 국무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정부 내부에 레임덕이 없다”고 자신하고 남북정상회담 발표 당시 청와대 당국자가 “참여정부에 레임덕은 없다”고 의기양양하던 모습은 이런 문화와 무관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잦은 설화(舌禍) 속에서 비판을 받으면서도 “부당한 공격에는 대응하겠다”며 ‘떳떳함’을 견지했던 것은 적어도 정무적으로는 꿀릴게 없다는 자신감에서였다. 임기를 반년도 채 남기지 않은 지금, 노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나라당 후보 결정이야 예정된 정치 이벤트로 어쩔 수 없다지만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의 ‘가짜 학위’ 파문 무마 의혹,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의 수뢰사건 연루 등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 30일에는 국세청이 이 후보와 친인척들에 대한 재산검증을 벌였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국가정보원의 내부 문건이 노출되고 경부운하 보고서가 흘러나왔던 점까지 돌이켜보면 노 대통령이 자랑해왔던 권력기관의 독립성 타격은 제쳐두더라도 줄서기 현상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증한다. 추가적인 비리 의혹이 불거질 경우 4년 반 넘게 지켜온 정권의 뿌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지금은 대통령이 나서봐야 득 될 게 거의 없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처럼 노 대통령에게 현 상황은 철저하게 수세적 국면이고 이를 의식한 듯 노 대통령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은 마냥 보고만 있을까. 청와대 주변에서는 노 대통령이 정면 대응은 하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특검까지 추진하겠다고 벼르는 상황에서 방치할 경우 대선 구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 비서관 문제가)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있다”면서도 “대선을 앞두고 의혹을 부풀려 정치공세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관심은 반전 카드의 내용인데 일단 외치(外治) 쪽에서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국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이지만 아프가니스탄 인질 석방은 결과적으로 현 국면을 희석하는 데 효력을 발휘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다음주 말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시드니로 떠난다. 또한 한미 정상회담 등 굵직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뉴스의 초점을 어느 정도는 해외로 돌릴 수 있다. 이어 추석 명절을 보내고 나면 남북정상회담으로 관심이 쏠리고 이후에는 범여권의 대선 후보가 윤곽을 드러내 본격적인 대선전에 돌입한다. 청와대가 여론의 중심에서 어느 정도 비켜설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셈이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일까.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묻혀질 것이다. 일부 언론이 ‘이명박 줄서기’를 위해 이 사건을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현 상황을 역류하는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제3의 모멘텀’을 통해 자연스럽게 흐름을 차단하는 수를 사용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공직 사회를 다잡는 차원에서 문제 부처에 대한 전격적인 인사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아직은 루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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