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방사선을 쬐 살균ㆍ살충하거나 저장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식품 수를 내년 상반기 중 확대하는 방안을 재추진, 안전성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식약청은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답변자료를 통해 2000년 12월 입안 예고했다가 일부 소비자단체의 이견으로 유보했던 방사선조사(照射) 허용식품 확대조치를 내년 상반기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또 이미 방사선조사가 허용된 19개 식품 중 감자ㆍ양파ㆍ마늘ㆍ밤ㆍ버섯 등에 방사선을 쪼였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시험방법(방사선조사 검지법)을 연내 확립, 내년부터 방사선조사 사실을 표기하지 않은 채 수입될 경우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라 수출국으로 돌려보내거나 폐기처분 할 방침이다.
◇방사선조사=현재 국내에선 방사선을 쬔 중국산 농산물과 유럽산 치즈, 태국산 과일, 미국산 소ㆍ닭고기와 오렌지쥬스 등이 대규모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수축산물이나 가공식품에 코발트60(Co60), 세슘137(Cs137) 등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나오는 감마선을 쬐면 DNA 합성 등 살아있는 세포의 작용을 억제, 식중독균 등 유해 미생물과 해충을 살균ㆍ살충하고 발아ㆍ숙성을 정체시켜 보관성을 높여 준다. 감마선은 높은 열을 수반하지 않고 투과력이 강해 완전포장 상태의 식품도 처리할 수 있다.
◇어떤 식품에 확대되나=식약청은 지난 2000년 말 가공식품 제조원료 용 식육(냉장ㆍ냉동)ㆍ건조수산품ㆍ곡류, 계란분말(전란분ㆍ난황분ㆍ난백분), 복합조미식품, 두류 및 그 분말, 메주, 소스류, 분말차, 키토산가공식품 등 18개를 방사선조사 허용식품으로 추가 입안예고 했다. 햄ㆍ소시지ㆍ쌀과자 등 각종 가공식품에 방사선조사 식품원료를 공식적으로 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식약청은 이 중 장출혈성 대장균(O157 등)을 전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식육 등 일부 품목을 내년 상반기 중 방사선조사 허용식품으로 고시, 시행에 들어간 뒤 연차적으로 품목을 늘려갈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97년 냉동 햄버거용 패티 1만여 톤이 O157 대장균에 오염돼 긴급 회수되는 소동이 빚어진 뒤 모든 육류에 방사선조사를 허용했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장출혈을 동반한 설사ㆍ복통, 용혈성요독증 등 합병증으로 신장기능 장애를 초래하며 미국에선 연평균 7만3,000명 가량의 환자가 발생해 60여명이 사망하는 실정이다.
◇안전성 노란 일듯=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모임의 김재옥 회장은 “방사선조사식품을 먹고 사망 등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이 없다고 해서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단정할 수 없으므로 유전자변형식품(GMO)과 마찬가지로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허용대상 확대 방침을 유보해야 한다”며 “유명무실하게 운영돼온 방사선조사식품 표시제도를 철저히 시행,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식품에 방사선을 얼마나 조사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개발 중이다. 국제기준에 한번 방사선을 쬔 식품, 방사선을 쬔 식품원료로 제조가공한 식품에는 방사선을 다시 쬐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이중조사 여부를 알아낼 수 있는 기술도 아직 없다.
감자ㆍ건조채소류 등 농산물 상태에서만 방사선조사 여부를 표시하도록 돼있을 뿐 이들 원료가 포함된 가공식품, 식품첨가물에 대해서는 방사선조사 여부를 표시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소비자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