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 청렴의 메기

얼마 전 읽었던 책의 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북해에서 청어잡이를 하는 어부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어떻게 하면 북해에서 잡은 청어를 산 채로 런던까지 운송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청어가 시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일찍 죽어버려 높은 값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어부는 청어를 산 채로 런던까지 운반해 와 혼자서 큰 재미를 보고 있었다. 그의 비결은 청어를 잡아먹는 메기 몇 마리를 청어가 담긴 수조 속에 함께 넣어 운반하는 것이었다. 메기가 청어를 잡아먹기 위해 수조 속을 헤엄쳐 다니는 동안 청어는 죽지 않으려고 잠시도 방심하지 않고 계속 움직였기 때문에 생존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중 몇 마리는 메기에게 희생됐겠지만. 세계적인 기업의 총수 이건희 삼성 회장의 메기 일화도 같은 맥락이다. 그가 어릴 적 살던 동네에서는 논에다 미꾸라지를 기르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논에 미꾸라지의 천적인 메기도 한 마리 같이 키웠다. 누구나 그 메기가 미꾸라지를 다 잡아먹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미꾸라지가 더 튼실해진 것이다. 미꾸라지들이 살아남기 위해 더 열심히 먹고 더 민첩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천적인 메기의 등장이 역으로 미꾸라지를 강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메기의 역할은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부패방지 및 혁신과 관련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어느 조직ㆍ사회든 정체 상태거나 현실에 안주해 나태해지면 부패하고 경쟁에서 뒤처지기 마련이다. 메기와 같이 끊임없이 생존을 위협하고 의지를 자극하는 동기유발이 있어야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계속 움직이게 되고 또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기르게 된다. 이러한 조직과 사회분위기가 바로 청렴과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요체가 아닌가 생각한다. 청렴과 혁신은 개인ㆍ조직ㆍ국가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원천이자 발전 동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메기를 피해 도망 다니는 청어처럼 항상 깨어 있어야 하고 움직여야 한다. 또한 잠시도 방심하거나 나태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감시하고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메기와 같은 활성자가 필요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국가청렴위원회가 정부 내는 물론 우리 사회에서 메기와 같은 역할을 하고 그 속에서 필자 자신은 또 하나의 메기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노력해왔다.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거둘 때 우리 한국은 국제사회의 ‘메기’가 되고 21세기를 선도해나가는 선진국가의 모습으로 성큼 다가서게 되지 않을까. 한 개인이나 조직이 이러한 메기 역할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나 조직의 입장에서는 귀찮고 불편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주위로부터 질시와 견제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청렴사회 또는 혁신으로 나아가는 여정은 마찰소리가 나고 견제와 저항이 따른다. 미국의 경제석학 슘페터(Joseph A lois Schumpeter)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과정이 없으면 도태된다고 역설한 바 있다. 견제와 저항을 초월하는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국민의 많은 지지와 기대를 받고 출범하는 새 정부에서 단군 이래 누대의 숙원인 부강한 선진국가를 반드시 실현하기 위해 장기적ㆍ대승적 견지에 따라 이러한 메기들을 사회 곳곳에 많이 키워나가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에 맞춰 명칭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이러한 메기 역할을 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또한 각 조직 내에서는 변화를 선도해나가는 촉진자로서 창의적인 ‘메기’가 많이 태어나고 주위에서는 길러주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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