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단타 부추기나? 위탁 기간 짧고 수익률 나쁘면 중도 교체운용사들 단기 고수익 겨냥 투자 불가피“중장기 위탁통해 증시 안전판 역할을” 지적 고광본 기자 kbgo@sed.co.kr 연기금이 자산운용사들에 자금운용을 위탁하면서 단기수익률에 연연하는 바람에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어 업계 안팎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 K씨는 5일 “연기금들이 2년간 자금을 위탁하는 국민연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년 단위로 운용계약을 맺는데 3개월ㆍ6개월ㆍ1년ㆍ2년 단위로 수익률을 체크하며 수익률이 좋지 않을 경우 중도에 운용사를 바꾸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당 펀드매니저들은 장기투자보다는 단기투자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어 시장의 변동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연기금이 매년 정부와 국회ㆍ여론 등의 눈치를 살피며 단기적인 수익률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운용 책임자들도 임기 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아웃소싱하는 펀드매니저들에게 단기 고수익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연기금들은 펀드마다 벤치마크(주식형 펀드는 코스피지수, 중소형주 펀드는 중소형주지수) 이하의 수익률을 내거나 일정 부분 수익률을 정해 그 이하로 떨어지면 펀드를 청산하곤 한다. 한 투자자문사의 P펀드매니저는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어떤 연기금이나 보험사의 경우 돈을 맡겨놓고 2~3일 단위로 전화해 ‘이 종목을 왜 샀느냐’ ‘수익률이 왜 안 좋냐’는 등 간섭을 한다”며 애로를 호소했다. 고용보험기금ㆍ산재보험기금 등 10조원 이상의 기금을 운용하는 노동부의 경우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데 보통 주식투자 수익률이 7%에 달하면 주식을 처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최근 채권혼합형 펀드(주식편입비중 30% 이내)를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를 통해 자산운용사들에 5,000억원을 맡겼는데 이중 상당 부분은 만기등의 이유로 A운용사 등에서 기존 투자분을 회수해 B운용사 등에 재집행(리볼빙)한 것이다. 우체국보험과 우체국예금 등 조 단위로 주식 관련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정보통신부의 경우 지난해 말 갑자기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에 맡겨놓았던 3,000억원의 주식투자 자금을 일시에 회수했다가 올 2월 다시 집행한 적이 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 L씨는 “연기금 등 외부자금을 운용할 때 손해가 15%가량 나거나 시장평균 대비 15% 마이너스이면 펀드를 해지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하지만 펀드매니저들이 최소 2~3년 이상은 저평가된 종목을 중장기적으로 투자해야 증시도 안정성을 되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5/09/05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