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품질이하의 도시형 생활주택

곧 임대계약이 만료돼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대학원생 A씨는 벌써 한 달째 서울 곳곳의 부동산을 전전하고 있지만 마땅한 보금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A씨는 "요즘 지어지는 신축 원룸 대다수는 전용 20㎡형 규모로 책상 하나 제대로 못 놓을 지경"이라며 "그런데도 방값은 더 비싸져 보증금 500만원에 월 40만원 수준으로는 '반지하' 신세를 못 벗어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1~2년 사이 서울 지하철2호선 신촌ㆍ왕십리ㆍ건대입구역 등 대학교 인근 주택가는 곳곳에서 벌어지는 소형주택 신축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구당 주거 면적을 줄이고 주차장을 기존보다 덜 지어도 되는 '도시형생활주택 법안'이 나오면서부터다. 1~2인 가구 증가세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제 공급도 크게 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급 물량은 증가했지만 주거의 질은 도리어 열악해지고 있다. 소형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각종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임대사업자들이 수익성을 최대한 높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임대사업자들은 얇은 합판이나 석고보드로 벽을 대 건축기간을 확 줄이는가 하면 각 가구당 주거전용면적을 20㎡형 내외까지 줄여 최대한 많은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면 200㎡ 부지 위에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을 40~50실까지 지을 수 있다는 게 임대사업자들의 설명이다. 정부가 나서서 '쪽방'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임대사업자들에게 주택기금을 이용한 저리 대출을 비롯해 각종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들 소형주택은 주택법의 적용을 받으면서도 감리제도 및 분양가 상한제, 청약제 등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 소형주택 공급을 늘리면 전세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이런 집이 실수요자가 원하는 '괜찮은 집'인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이런 형태의 주거시설이 집중적으로 들어서는 도심 역세권은 앞으로 10년만 지나도 급속히 '슬럼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동산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몇 십만 가구에 달하는 값싼 소형주택의 공급 확대방안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質)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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