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개혁과 도전] 속도붙은 민영화 "고삐 더 죄라"

서비스·경쟁력·수익성등 '합격점'…한통·한전·가스公등 최대고비 >>관련기사 외환위기 직후인 98년2월, 한국은행 간부식당. 메뉴와 식사의 질은 그대로였지만 실제로는 큰 변동이 있었다. 직영방식의 식당운영이 민간업체에게 넘어간 것. 한은 구내식당을 인수한 J업체는 간부식당의 인원을 절반으로 잘라 직원식당에 돌렸다. 그리고 얼마 후 남은 직원의 급여가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 업계평균에 맞췄기 때문. 고통이 따른 것은 물론이다. 고용이 줄었고 주문에 시간이 걸린다는 불평도 있었다. 무상으로 간부식당을 이용했던 출입기자들도 이때부터 제값을 치루기 시작했다. 결과를 단순하게 따져보자. 생산성이 400% 향상됐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시장의 냉엄함과 민영화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기업 민영화가 본격 시작된지 4년.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연세대 경제학과 정갑영ㆍ김영세 교수팀이 용역연구 결과에 따르면 4년간 추진된 공기업 민영화로 매각수입 18조원, 외화수입 105억달러라는 외형적 성과가 발생했다. 정교수팀은 가격인하와 서비스 향상, 경쟁력 강화,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도 합격점을 매겼다. 그러나 동시에 난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공기업 민영화 일정을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하지만 계획대로 성사될지는 의문이다. 당장 정부 잔여지분 28.4%를 상반기중 매각하겠다는 한국통신 민영화 계획도 원매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민영화 일정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사실상의 공기업인 은행까지 포함하면 공기업 민영화의 갈길은 아직도 멀다고 할 수 있다. 숨가쁘게 달려 왔지만 아직도 '절반의 성공'에서 머물고 있는 셈이다. 공기업 민영화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두 가지 관건이 있다. 첫째는 일정이 잡혀 있는 한국통신ㆍ한국전력ㆍ담배인삼공사ㆍ지역난방공사ㆍ가스공사 등 5개 공기업 민영화의 마무리다. 이를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첫 단추 격인 한국통신의 매각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통신 매각은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가 지분소유 상한선을 5%로 제한하는 통에 인수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상반기로 예정된 한통의 민영화가 차질을 빚을 경우 나머지 공기업의 민영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두번째는 은행 민영화와 하이닉스반도체 문제다. 물론 은행의 경우 과거 부실대출을 매우는 과정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돼 지분구조상 국영은행이 됐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민영화 대상은 아니며 민간기업인 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하이닉스와 은행, 5개 공기업의 민영화는 뗄 수 없는 연결고리로 묶여 있다. 시장 메커니즘 때문이다. 하이닉스의 매각이 지연되면 될수록 은행의 부실처리도 늦춰지고 해외 DR(주식예탁증서) 발행ㆍ국내 증시 신규상장 등을 통한 은행의 민영화(정부 보유지분 매각)도 타격을 받게 된다. 이는 주식시장에 대한 국내외투자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종국에는 5개 공기업의 민영화 일정도 순연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획예산처가 주도하는 공기업 민영화와 재정경제부ㆍ금융감독위원회가 담당하는 은행 민영화, 부실기업 매각 작업이 한데 맞물리면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정부 부처가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공기업 민영화나 은행 주인 찾아주기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정책당국간 긴밀한 협조와 정책조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국민적 합의도 시급하다. 민영화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공기업 노동자가 연 4만1,700여명. 퇴직금 누진제가 폐지되는 등 복리후생도 크게 축소됐다. 공기업 민영화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고통 감수 때문이며 그 바탕에는 외환위기 직후의 위기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고 있다. 철도와 전력ㆍ가스 등 공공노조의 파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들에게 공기업 민영화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과제가 앞에 놓인 것이다. <특별취재반> 권홍우차장 hongw@sed.co.kr 권구찬기자 chans@sed.co.kr 문성진기자 hnsj@sed.co.kr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 고광본기자 kbgo@sed.co.kr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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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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