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주식·채권시장 "악재를 잊었다"



최근들어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악재에 둔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재부각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 예전 같으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줬을 만한 재료들이 잇따라 등장하고는 있지만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시장으로 물밀듯이 밀려들면서 악재들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일 코스피지수는 최근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다시 부각되고 투신권의 환매물량이 2,000억원 이상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서도 전날보다 3.92포인트(0.21%) 상승한 1,876,73으로 거래를 마쳤다. 7월까지만 해도 대외 변수에 따라 크게 출렁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9월 이후 20거래일 동안 무려 15일간 오르며 6.3% 상승하는 강세장을 연출했다. 특히 외국인들은 이날에만 4,000억원 이상 순매수 하는 등 13거래일 동안 4조원이 넘는 돈을 쉬지 않고 쏟아부으며 지수 상승을 부추겼다. 채권시장은 주식시장보다 더 뜨겁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넘는 3.6%까지 치솟았다. 다른 때 같으면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쏟아져야 했지만 채권 수익률이 급락하는 등 시장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이날 국고채 3년물의 경우 사상 최저치(3.24%)와 불과 0.02%포인트 밖에 차이가 안 나는 3.26%까지 내려갔고, 5년물(3.57%)과 10년물(4%) 역시 역사적 고점(5년물 3.33%, 10년물 3.81%)에 불과 0.24%포인트와 0.19%포인트만을 남겨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수급이 악재를 누르는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로 설명하고 있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 속에 자금들이 수익성을 좇아 대거 국내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면서 주식과 채권, 원화 등 부동산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자산들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ㆍ중ㆍ일 등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사활을 건 환율전쟁에 돌입하면서 원화 강세를 노린 투기성 자금까지 유입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자금이 풍부해지면서 시장의 강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날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자금이 달러ㆍ유로화를 버리고 한국 주식과 채권 등 원화자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시장을 자극했다. 이러다 보니 시장에서는 악재가 출현해도 풍부한 유동성이 이를 해소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저금리와 환율전쟁이라는 두 가지 주요한 변수가 해소되지 않는 한 당분간 시장의 강세는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실장은 “지금 시장의 초점은 물물밀 듯 밀려오는 외국인 자금과 환율에 맞춰져 있으며 따라서 악재가 나타나도 여기에 묻히는 형국”이라며 “주변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시장 흐름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태근 한화증권 채권담당 연구원도 “현재 채권시장에서 보이고 있는 수급(유동성)은 이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것”이라며 “금융정책 당국이 연내 금리를 한 차례 이상 인상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 만큼 채권 수익률도 역사적 저점을 깰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주식과 채권값이 급등하면서 특히 채권에 대한 거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지금의 (채권)시장은 외국인이 사니 기관도 덩달아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다소 과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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